덥고 습한 날들
토마토의 병과 함께 온 건 장마였다. 축축한 날들의 연속. 6월 말부터 시작한 장마는 7월 중순까지 계속되었다. 덕분에 장마철 상추값이 비싸지는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7월 나의 텃밭은 장마로 인해 생기가 넘치기도 사라지기도 했다.
토마토의 빈자리는 상당했다. 나는 그 자리를 대체할 작물을 찾아야 했다. 유튜브에서 알려준 7월에 심지 않으면 후회하는 작물 중에서 그린빈을 발견했다. 좋아하는 껍질채 먹는 콩. 냉동제품만 봤었는데 길러먹을 수도 있었구나! 토마토가 하나 둘 방을 비울 때마다 나는 얼른 그린빈을 들였다. 기특하게도 그린빈은 금세 발아를 해주었다.
토마토 크는 재미를 대신한 건 애플수박과 미니 단호박이었다. 딱 하나씩만 열매를 맺었기에 밭에 갈 때마다 나의 관심은 온통 이쪽으로 쏠렸다. 생전 길러본 적도, 크는 걸 본 적도 없던 작물인지라 너무 신기하고 소중했다. 행여 수박 누운 자리가 불편할까 봐 돌침대도 만들어주었다.(더 불편했으려나...)
장마에 텃밭 대부분의 작물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았지만 그 와중에도 무럭무럭 크는 작물이 있었는데 바로 토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 크고 더우나 습하나 딱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 커다란 잎을 흔드며 작은 텃밭에서 큰 존재감을 주었던 기특한 아이. 토란이야 말로 농사초보가 기르기 좋은 작물이지 않을까...
반면 물을 좋아할 줄 알았던 오이가 병들기 시작했다. 잎에 하얀 가루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옆에 있는 애호박잎에도 번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흰 가루병... 처음 병이 보이기 시작할 때는 잎을 따주었지만 장마가 오고부터는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번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오이와 애호박도 활기찬 모습을 잃기 시작했다...
*2024년, 일 년 동안의 텃밭생활을 돌아보며 쓰고 있습니다.
초초초초보의 일지이니 틀린 정보가 있을 수 있고 전문가에게는 난이도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