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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텃밭회상일지12

9월의 마무리

by 구름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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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이제 끝물인 여름작물들을 거두고 가을을 준비하는 시간. 이웃들은 김장을 위한 가을 무와 배추를 심기 시작했다. 여름을 정리한 나의 텃밭에 남은 건 토란과 히비스커스 그리고 옥수수. 가을의 작은 기대주였던 옥수수마저 새가 쪼아 먹어 버리는 바람에 내 손에 남은 건 알갱이가 반만 여문 옥수수 한 개뿐이었다... 그리고 여름과 함께 나의 텃밭 열정도 떠나버렸는지... 한차례 정리한 밭에는 남아 있던 20일 적환무와 와일드 루꼴라 씨앗만 휘릭 뿌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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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 토란수확


토란을 제대로 먹어 본 적도 없고 요리를 해 본 적은 더더욱 없어서 사실 토란을 수확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또 이왕 잘 큰 거 그냥 두면 뭐 하나 해서 9월 말에 토란대를 잘랐다. 유튜브에서 배운 대로 우선은 토란대를 먼저 자르고 뿌리는 땅속에서 더 크도록 두었다. 자른 토란대는 껍질을 벗긴 후 한 뼘 정도로 잘라 삶은 후 하루 이틀 물을 갈아가며 담가두어 독성을 빼주었다. 그리고 물기를 꼭 짜 냉동실에 넣었다. 언제 먹기는 할까 했지만 간간히 감자탕 등에 넣어 먹으며 생각보다 잘 먹고 있다. 그러나 나중에 수확해 둔 토란 뿌리는 아직도 베란다에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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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 적환무, 와일드 루꼴라 수확


밭을 그냥 놀리기 아까워 뿌려둔 적환무와 와일드 루꼴라가 신경을 쓰지 않았음에도 잘 자라주어 10월에 꽤 많이 수확했다. 두 번째 심어서 인지 봄보다는 온전한 적환무가 꽤 있었고 (무려 다섯 개!) 못난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적환무 겉절이도 해보고(맛은 없었다...) 피클도 담고 다양하게 이것저것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가을에 와일드 루꼴라가 정말 잘 커주었다! 더구나 루꼴라는 수확 후 냉장고에서 오래 보관하며 먹을 수 있는 아주 아주 기특한 작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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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 밭정리


10월에 적환무와 와일드 루꼴라를 수확한 후로 이제 나의 텃밭에서 기대할 건 딱히 없었다. 자연스럽게 밭에 가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 거의 잊고 지내다 11월이 끝나기 전, 밭을 정리할 겸 거의 한 달 만에 밭에 갔다. 그런데 내 밭에는 여전히 푸르스름한 것이 남아 있었다. 저게 뭐야!? 곳곳에 무려 냉이가! 크고 있었고 와일드 루꼴라도 못 알아볼 정도로 커 있었다. (루꼴라의 존재 자체를 잊고 지냄..) 밭은 정말 끝까지 내어주는구나... 생각하며 냉이를 캐고 루꼴라를 모두 수확했다. 그리고 정말 끝까지 기대했지만 끝까지 꽃을 보여주지 않은 나무가 된 히비스커스를 마지막으로 뽑아내고는 밭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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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동안의 작은 텃밭 경험을 돌아보면 수확해 맛있게 먹은 기쁨보다는 심고 가꾸며 크는 걸 보는 즐거움이 정말 몇 배로 컸다. 그러니 나 같은 초보에게 텃밭 가꾸기는 가성비보다는 가심비가 최고인 활동.(물론 실력이 좋다면 가성비가 좋은 결과도 따르겠지만!) 흙을 만지고 작물을 키우는 건 결국 나를 돌보는 일 같다. 텃밭에서 경험한 것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였으니까. 병들어 죽은 토마토도, 도둑이 따간 오이도, 내가 자른 호박도, 한여름의 무성한 잡초도... 여물지 못하고 망한 것 같은 일들 모두 결국은 나의 거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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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갑작스럽게 연재를 마무리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동안 부족하고 슴슴한 초보의 텃밭 일지를 읽어주시고 구독해주시고 좋아요도 눌러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짧은 글들이지만 나름의 도전이었기에 별 탈 없이 연재를 마무리를 하게 되어 조금은 기쁜 마음입니다! 하하하. 다음에 또 새로운 경험으로, 더 나은 글솜씨로 다시 이곳에 오면 좋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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