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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트밀니트 Oct 21. 2023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결국 난 글이 쓰고 싶은 거야

난생처음으로 부린 사치. 한동안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마음껏 해보고, 나 자신을 알아갈 시간을 무기한 주기로 했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 난 역시 글쓰기다. 나에게 글쓰기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짜 하고 싶은 것. 그냥 나 그 자체, 내 숨구멍. 


 반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비극의 사고도 글쓰기 때문에 일어났다. 작가로도 활동해 본 그 선생님은 일기에 쓴 내 글이 좋아서 먼저 호의를 베풀었고, 반성문이 건방져서 평생 잊지 못할 생채기를 남겼다. 13살 때 1시간 동안 겪었던 교사 폭력과 선생님 주도의 반 전체 왕따 경험은 내가 썼던 반성문 한 장 때문에 일어났다. 글쓰기 하나로 천국과 지옥을 맛봤다. 교통사고와도 같은 마음의 재난을 겪었다. 그 사건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가 바로 ‘글쓰기’였다.


그런데 정말 징허기도 하지. 돌고 돌고 돌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글쓰기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일까. 그 선생에 대한 증오와 나에 대한 혐오가 뒤섞인, 글쓰기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이젠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확신할 수 있는 건 글을 쓸 때의 내가 가장 자유롭다는 것글로 내 마음을 표현할 땐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그리고 자연스레 알게 됐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이끌림에 의한 본능이자 필연이라고.


결국 25년 전 그때처럼 여전히 작가가 되고 싶다. 한번 해보자. 그래 매일 하나씩 써보자, 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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