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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Oct 09. 2019

써라. 그것이 우리의 권리다.

3. 글쓰기 최전선 /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전쟁터도 아닌데 ‘최전선’이란 표현을 빌어 책 제목을 지은 것을 보니, 이 사람도 꽤나 힘들었구나.” 책의 첫 장을 펴기도 전에 내게 먼저 다가온 생각이다. 작가 은유의 <글쓰기의 최전선>.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삶을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작가 은유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증권사에 입사했다. 입사 후 회사 노조에서 근무를 하며 그녀는 처음으로 밥벌이로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그녀도 일반적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결혼, 출산, 퇴사, 육아의 과정을 몸으로 통과한다.


노력 끝에 재취업에 성공한 그녀는 한 회사의 사보 만드는 일을 하다가 인문지식 공동체 수유리 R에서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글쓰기 최전선>은 그녀가 이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배운 ‘경험과 사유의 총결산’이다.


작가는 ‘글을 쓰면서 여자, 엄마, 노동자라는 집합 명사에 휩쓸려 떠내려 가지 않고 김지영이라는 고유명사로서의 삶을 지켜 내려고 버둥거렸다’(<글쓰기 최전선> p.5)라고 말한다. 그녀에게 글쓰기는 ‘안간힘’이었다. 그래서 ‘최전선’이다.




그녀의 글쓰기 최전선을 살펴보자.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 시작은 ‘삶의 옹호자 되기’다. 소제목처럼 글쓰기가 어떻게 우리 삶을 지지하고 힘을 실어주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2부 ‘감응하는 신체 만들기’에서는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정서적 공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 즉 독서와 합평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제3부는 ‘사유 연마하기’로 삶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며 성장해가는 우리의 의식에 대해 다루고 있다.


4부와 5부는 좀 더 실용적인 부분을 짚고 넘어가는데, 삶을 바탕으로 한 진실한 글짓기에 대한 부분이다. 르포와 인터뷰 기사 쓰기에 대한 실전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 은유는 독자의 기대와는 달리 ‘글쓰기 기술’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서론과 본론은 이렇게 쓰고, 주제는 명료해야 하며, 글의 구성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조언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녀는 시종일관 ‘진실과 진심’이 담긴 자신만의 글을 쓰라고 충고한다. ‘천 개의 삶이 있다면 도덕도 천 개여야 한다. 자신의 좋음을 각자 직면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게 중요하다. 작가는 그것을 촉발해야 한다.’(<글쓰기 최전선> P.76)


나에게는 내 인생이 있고, 타인에게는 타인의 인생이 있다. 그것의 가치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며 그 ‘좋음’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써라. 그것이 우리들의 권리다. 작가 은유가 전언을 띄웠다.


이제, 이 책을 완독한 독자들은 작가 은유가 우리 가슴에 피워 놓은 불씨를 잘 살려 활활 불태울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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