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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May 11. 2023

어서 오세요. 또 오셨네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의 폐경일지 1.

예정된 날이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이네… 이번 달에는 안 올 건가?’


여성에게 생리는 한 달에 한 번 견뎌내야 하는 “귀찮은 행사”에 불과하다. 고통스러운 허리 통증과 복통, 아랫배는 팽창하고 식욕은 거침없이 솟구친다. 그중 최악은 호르몬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소위 “미친 X 증후군”이라 불리는 심리상태다. 극도의 민감함과 우울함. 내 마음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같이 사는 동거인은 지옥을 보게 된다.


무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 행사는 태초부터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월경은 생식능력을 의미한다. 이 생식능력은 종족번식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기도 하고, 차별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가 (미미하지만) 일정 정도 인정되는 시기가 되면서 여성들은 이 생식능력을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달에 찾아오는 이 손님맞이 행사는 여전히 매달 지속된다.


젊은 시절에는 그랬었다. 그랬던 사정이 나이가 먹으면 조금 달라진다. 헤어진 연인도 아니고 집 나간 남편도 아닌데 기다리게 된다. 오매불망 기다리며 ‘결국 올 것(폐경)이 오고야 말았구나’라는 복잡한 감정에 빠진다.


그런데 폐경은 그렇게 급작스레 찾아오지 않는다. 의사들의 전문적인 설명과 유투버들의 온갖 경험담에 비추어 봐도 그렇지만 겪어보니 월경은 어느 날 갑자기 뚝, 그렇게 실 끊어지듯 딱 절단 나는 것이 아니다.


폐경기 증상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생리주기가 짧아지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한다. 양이 너무 많아 외출을 못 할 정도인 사람도 있고, 반면 생리 초기처럼 흔적만 남기듯 그렇게 하루이틀 진행되다 흐지부지 끝나기도 한다. 그런 증상이 몇 년간 지속된다. 그러다 진짜 사라진다.


나는 너무 빠른 것도 늦은 것도 아닌 폐경기를 맞이하고 있다. 생리 기간이 짧아지고 핏덩어리가 배출되는 현상이 지속되어 병원을 찾았다. 최근 증상과 더불어 네이버에서 얻은 정보를 조합해 의사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했다. 자궁근종인가? 암인가? 두근거리는 심장을 호흡으로 평정하며 의사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노화현상입니다”

‘헉’도 아니고 ‘켁’이다.


중년이 되자 내 몸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현상은 ‘노화’라는 한 단어로 다 해결되는 듯싶다. 노화현상이라는 진단에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가 얼마나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요!!!”라며 우길 수도 없고, 적절한 치료를 요구할 수도 없다. 나는 올해 오십이 되었고 노화현상으로 인한 폐경기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의사는 눈으로 내게 말한다.

“인정하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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