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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벳 Jan 05. 2024

알쓰도 불금을 즐기고 싶다

무알콜맥주에 눈을 뜨다


언제부터인가 술을 먹고 나면 머리가 너무 아프기 시작했다. 온몸이 쑤시고 손, 발이 저린 일도 다반사. 하루 내내 무기력하게 누워서 보내기가 일쑤였다. 기분 좋게 마셨던 술이 오히려 괴로움으로 돌아왔다. 마흔을 들어서며 알코올을 해독하는 능력이 떨어졌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앞으로 술을 마시기 않기로.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해온 친구 같던 존재를 어찌 그리 쉽게 떠나보낼 수 있을까. 하루 종일 육아 전쟁을 치르고 나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 소소한 행복이었는데. 나름 탄산수로 달래 보지만, 허전했다. 탄산수로는 절대로 채워질 수 없는 그 느낌. 맥주를 넘길 때의 청량한 맥아의 향과 쌉싸름한 맛, 꿀꺽꿀꺽 넘어가는 싸한 목 넘김을 너무도 좋아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그리움의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편의점의 음료 냉장고를 살펴보다가 무알콜 맥주라고 써진 캔을 발견했다. 캔맥주와 닮은 모습인데 알코올이 없다니. 궁금했다. 한 캔을 꺼내 장바구니에 담았다.




최근에 다양한 주류 브랜드에서 앞다투어 무알콜, 논알코올 맥주를 출시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브랜드 논알코올 맥주도 구입할 수 있다. 마트, 편의점뿐만 아니라 쿠팡, 컬리를 비롯한 온라인 배송업체를 통해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성인용 탄산음료로 만 19세 이상만 구입, 섭취해야 함을 기억하자)


국내 주류법상 알코올 함량을 별도로 표기하지 않은 도수 1% 미만인 논알코올음료와 알코올이 포함되지 않은 도수 0%의 무알코올 음료를 아우르는 성인용 음료의 통칭한다.
무알코올 맥주는 Alc 0.00%,  논알코올 맥주는 Alc.0.0% 로 표기 되어 있다. 즉, 무알코올 맥주는 알코올 함량이 아예 없는 음료이며,  논알코올 맥주는 1% 미만의 알코올 함량을 지닌 비알코올 음료라 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사전


무알콜, 논알코올 맥주는 식사 중 가벼이 먹을 수 있고, 다이어트를 할 때도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다. 알코올이 없거나 낮으니 숙취도 없어서 다음 날 가뿐하다. 일반 맥주보다는 풍미와 목 넘김이 덜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술이 정말 힘들고 괴로운 논알콜러들에게는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다.




치익. 달깍


저녁 늦게 아이를 재우고 김치냉장고에 넣어둔 무알콜 맥주를 꺼내든다. 캔을 딸 때의 소리는 얼추 맥주캔 따는 소리와 비슷하다. 컵에 담긴 황금색 빛깔도 나름 괜찮다. 컵을 들어 향을 한번 맡고 한 모금 들이킨다. 음. 맥주와 비교하자면 탄산과 풍미는 약하고 가벼운 편. 다시 한번 한 모금, 두 모금 세 모금을 먹고 나니.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다. 


무알콜 맥주의 맛에 눈을 뜨게 되면서, 다양한 브랜드의 무알콜, 논알코올 맥주들을 시도해 보았다. 각각의 브랜드에 따라서 맛도 천차만별. 개인적인 입맛에 의하면 수입 맥주들의 풍미가 더 와닿았다. 처음에는 하이네켄 0.0의 맛이 좋았다. 지금은 하이트 0.00의 청량하고 깔끔한 느낌도 잘 맞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다음 날 머리가 아프지 않아서 좋다. 컨디션이 나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일도 없다. 가격도 저렴해 가볍게 즐길 수 있고, 느끼한 음식과 생각보다 궁합이 상당히 잘 맞는다. 아무래도 맥주 맛이 나는 탄산음료이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먹게 되지 않는다. (숙취가 생기는 이유가 술기운에 과음을 하기에 비롯된 것이라면, 이게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지.)


더불어 전보다 마음 편하게 모임을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컬러, 탄산이 맥주와 비슷해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기에 기분 좋게 즐길 수가 있어 마음이 편하다. 술에 취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분위기는 맞출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 무알콜 맥주 덕분에 술을 못 먹는 나도 부담 없이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책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책맥 시간


무엇보다도 가장 큰 행복은 육퇴 후 가끔씩 누리던 소소한 행복을 다시 찾았다는 점이다. 탄산수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았던 갈증이 무알콜 맥주를 만나 해소되었다. 딱 한 모금, 첫 입의 짜릿함과 상쾌함이 어찌나 그리웠던지. 이를 다시 느끼게 해 준 나의 새로운 친구야. 반갑고 고맙다. 앞으로도 종종 만나자.




모두가 잠이든 고요한 시간. 내일은 늦잠을 잘 수 있는 토요일. 김치 냉장고 깊숙한 곳에서 시원하게 몸을 담그고 있던 무알콜 맥주를 꺼내어 거실 탁자에 놓는다. 조용히 집중해서 읽어야 할 책과 함께 자리에 앉는다.



이제 나만의 불금 파티 시작이다




커버사진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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