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
“엄마. 나 몸에 힘이 없어. 목도 약간 칼칼하고.”
자려고 이불을 덮고 누웠다가 아이의 말에 얼른 체온계를 가져왔다. 온도를 재어 보니 37.8-9. 약간의 미열이 있다. 요새 눈이 자주 오는지라 외출도 잘 안 하고 집에만 있었는데. 며칠 전에 연날리기를 하면서 찬바람을 좀 맞아서 그런가. 약간의 열과 감기 기운이 있는 듯해서 집에 있는 상비약을 먹였다. 밤새 땀을 뻘뻘 흘리며 자더니, 열은 좀 내린 듯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컨디션도 괜찮고 약간 목이 좀 아픈 거 빼고는 별 이상이 없다. 하지만 좋아하는 떡국을 끓였는데, 우리 집 먹보가 평소 양의 반도 먹지 못한다. (아무리 아파도 밥 한 그릇은 뚝딱하는 녀석이)
오후 진료를 예약하고 병원에 갔다. 도착하니 스멀스멀 열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느낌이 싸하다. 여러 집에 돌고 있다는 독감이 결국 우리 집에도 찾아왔구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독감 검사를 진행. 독감 검사와 코로나 검사도 할 수 있는 키트가 있어 함께 했다. 그래. 독감이 유행이니까. 설마 코로나는 아니겠지.
겨울에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 한창 독감이 대유행 중이다. A, B형 독감이 한 번에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어 집집마다 비상. 사람들이 많은 곳도 조심해야 한다. 독감뿐 아니라 세균성 폐렴, 코로나까지,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다. 완전히 피할 수도 없다. 어느새 소리 소문 없이 다가와 안녕. 나야 하는 이 골칫덩이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게다가 한 명을 시작으로 거의 온 가족을 휩쓸고 지나가야 끝이 난다. 아이가 아파서 낑낑대고 있으면 엄마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그러다가 엄마까지 아파버리면 가정의 모든 시스템은 마비된다.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격리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쿠팡, 컬리가 있으니 먹는 일에는 지장이 없어 다행이지만. 며칠 동안 집에만 있다 보면 아파서 오는 피로도 보다,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지지고 볶는 시간에서 오는 피로도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겠지. (이런 느낌 다들 있지 않나요?)
코로나네요. 독감은 아니고.
선생님은 키트를 내밀어 보여준다. 선명하게 보이는 빨간 한 줄. 아뿔싸. 코로나에 걸렸다. 2년 동안 벌써 3번째 코로나에 당첨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는 하위 변형 코로나로 전보다는 증상은 약하지만 전염력이 강해, 자칫하면 엄마도 걸릴 수 있다는 말에 지난 코로나의 아픔이 떠올랐다. 날마다 다르게 나타난 증상으로 매일매일 병원 문을 두드렸고, 후유증이 거의 몇 달을 갔었는데. 그때 아이도 같이 걸렸고 작년 여름에도 한 차례, 이번에 또 걸린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데도 자꾸 찾아오는구나. 이제 그만 찾아와도 될 텐데.
집에 돌아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자발적 격리를 시작했다. 열이 나는지 중간중간 체크. 다행히 열은 심하지 않고 약간 목소리가 쉰 것 빼고는 다른 증상은 없다. 요즘 코로나가 독감보다 증상이 덜하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부디 이대로 잘 회복되기를.
아이는 방에서 나는 거실에서 서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중. 밖에서 수시로 아이의 상태를 체크, 보초를 서면서,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오랜만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 방학을 시작하고 이런 여유로운 한 때가 그리웠는데. 이를 즐겨야 하는지 웃픈 느낌이 들기도.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방에서 자유시간을 가지고 있으니. 지금의 상황을 나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로. 코로나 덕분에 아이와의 물리적 거리를 두는 자체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 5일 동안 슬기롭게 격리생활을 즐겨보자.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컨디션은 괜찮지만 입맛이 통 없다는 아이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몸보신 요리를 준비해야지. 네가 좋아하는 능이버섯 백숙 끓여줄게. 이거 먹고 빨리 회복하자.
코로나야. 이제 그만 와도 되지 않겠니.
부디 이번엔 조용히 지나가줘. 부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