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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벳 Jan 15. 2024

똑똑. 코로나와 독감이 사이좋게 도착했습니다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2)



“오벳 님! 검사실로 오세요.”


결국 그분이 오고야 말았다. (정확히 4일 전에 아이의 코로나 투병으로 브런치에 글을 썼는데.) 아이의 격리 해제를 하루 남겨두고, 갑자기 나에게 이상신호가 감지되었다. 저녁부터 조금씩 느껴지는 오한, 미세한 열감. 밤새 열과 몸살, 식은땀이 흐르고 몸은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잠이 들다 깨다 하기를 반복. 느낌이 왔다. 지금 나의 몸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중임을.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생각해 보니 평일보다 주말에 아플 때가 더 많은 듯. 주변의 병원들은 일요일에는 진료를 볼 수 없으니 하루를 꼬박 참고 월요일 아침 일찍 달려가기 일쑤였다. 어느 토요일 밤, 아이가 아파 급히 근거리에 일요일 진료가 가능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다행히 분당 미금역 쪽에 문을 여는 병원이 있어 방문했던 기억난다.


그래. 여기로 가야겠어. 일부러 아침 9시에 딱 맞추어 갔음에도 이미 대기 환자가 가득하다. (다들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접수를 하고 몸살기를 부여잡으며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 호명을 기다린다.


잠시 후 검사를 진행했다. 목과 코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추출하는 검사로 독감과 코로나를 같이 검사할 수 있다. 거의 1년 만에 받은 코검사의 찌릿함에 정신이 번쩍 든다. 오랜만이다. 코에 남겨진 얼얼함은 잊고 있었던 키트 검사 일상을 떠오르게 한다. 재작년 오미크론 초기에 걸렸으니 거의 1년 반 만이다. 오랜만이지만 솔직히 반갑지 않은 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마스크의 제한 해제, 자체격리를 권고하게 되었다. 요즘은 독감, 코로나가 우리 주변에 흔히 발생하고 있는 중. 코로나는 변이를 거듭하면서 증상과 강도는 약해졌지만 전염력이 더욱 강해졌다. 점차 감기처럼 풍토병화되고 있는 표시이기도 하다. 그에 반해 독감은 몇 년간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었던 덕분에 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현재 독감의 전염성과 강도는 이례적으로 최고를 달리고 있다. 의사 선생님의 농담으로 코로나 보다 독감이 훨씬 더 아플 정도라 하니. 오죽하면 독감 수액이 전국적으로 품절이겠는가.


감기는 단순한 병이 아니다. 몇십 종류의 감기 바이러스들이 돌아다니면서 발생한다. 걸린 감기 바이러스에 대해 몸은 항체가 생겨, 다시 그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게 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 진화하기에  후에 여러 종류가 더 늘어난다.)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거의 3년을 마스크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감기에 걸릴 틈을 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바이러스와 싸우며 대항할 수 있는 항체가 부족하다. 근래에 감기에 잘 걸리고 증상이 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코로나와  A형 독감 둘 다 나왔네요


코로나는 예상하고 있었는데. A형 독감도 나왔다니.

그래서 밤새 몸살과 열, 코 안 통증, 인후통이 한꺼번에 찾아온 모양이다. 둘 다 걸리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 있다고 한다.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그럴 수 있다고. 독감약과 코로나 증상 완화약을 처방받았다. 진료 후에 코로나 수액을 맞으면 면역력과 컨디션이 한결 좋아져 버티기 나을 거란다.


나처럼 같이 걸릴 경우에는, 열과 몸살을 포함한 독감증상이 먼저 나타난다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기침, 가래, 인후염, 부비동염이 특징인 코로나 증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도 자세히 해주셨다.


‘코로나와 a형 독감 같이 걸리면 한참 고생할 수 있어요. 푹 쉬고 절대 무리하면 안 됩니다’


수액을 맞기 위해 주사실 앞에 앉아 대기한다. 환자가 너무 많다. 병실 안에 침대 자리는 다 차고, 의자에 앉아 맞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독감, 코로나로 아픈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새삼 놀랍기도 하고 씁쓸한 기분이다. 하긴 나도 만만치 않지. 코로나와 독감에게 크게 당했으니. 하나도 힘든데 둘이라니. 그것도 동시에. 버거운 시간이 되겠지만 물론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믿는다.


잠시 후 자리에 누워 링거를 맞는다. (다행히 자리가 났다.) 1시간 남짓 링거를 맞는 동안 살짝 눈을 감아, 밤새 설쳤던 고단한 몸의 긴장을 잠시 풀어본다. 역시 링거를 맞으니 아까보다 훨씬 몸이 나아지는 느낌이다.


코로나 수액과 감기약 그리고 독감약까지. 앞으로 5일간 꾸준히 먹자.



“지이잉 지이잉 지이이잉 ”

확인해 보니 아이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엄마가 없고, 아빠와 같이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겠지

“엄마! 병원이에요? 언제 집에 와요?”

“어. 엄마 지금 주사 맞고 있어. 주사 다 맞으면 갈게.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있어.”

조용히 네 하고 끊는 목소리에 걱정이 한 움큼 묻어난다.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찌 되었건 아이는 잘 회복했으니 이제부터는 나의 몫이다. 난 엄마니까. 엄마가 아파버리면 집안 모든 시스템이 망가지고 멈추어 버린다. 지금은 컨디션 회복이 우선이다. 그래도 증상이 더 심해지기 전에 와서 빨리 진료를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코로나와 독감이 같이 걸릴 경우, 그 증상의 강도가 세지고 회복도 느려 자칫하면 후유증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컨디션 회복이 중요하니 우선은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푹 쉬는 것을 중심으로 하자.


지난주 아이의 코로나에 이어서 이번 주 나의 독감과 코로나로 격리 기간은 거의 10일이 될 듯. 오늘내일 푹 쉬고 회복되는 대로 조금씩 다시 나의 일을 해보자. 격리되어 있는 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읽고, 브런치 북 연재도 시작했으니 꾸준히 초고도 써놓자. 물론 몸에 무리 안 가게 천천히.




안녕. 코로나, 독감아. 너희 오랜만이다.
너희 둘과 같이 한다니 생각지도 못했어.
그러니까 웬만하면
덜 힘들게 지나가 줄 수 있겠니?
Please! 제발 부탁할게.





참고로 독감이던 코로나이던 수액은 웬만하면 맞으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수액을 맞고 안맞고의 차이가 너무 커요. 지금은 다행히 열은 내렸고 컨디션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의심증상이 있을 때 바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그에 맞는 치료와 처방을 받아 빨리 치료하세요. 검사는 코로나, 독감 검사를 꼭 같이 해보시길요. 저도 혹시 몰라 둘 다 검사했더니 그렇게 나왔답니다. 미리 독감 예방 접종을 하길 정말 잘했어요. 부디 잘 회복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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