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적인 관계에서 벗어나는 중
누구에게나 친해지기 어려운 음식이 한두 가지 있지 않을까. 나에게는 해산물이 그랬다. 어릴 때 먹었던 식습관은 평생을 좌우한다 하지 않던가. 아침부터 고기, 고기를 외치던 육류 중심인 집밥에서 해산물은 어쩌다 한 번이었다. 그중에서 생선 위주로 구이나 조림으로 간간히 식탁에 올랐다. 조개류는 어쩌다 한 번 올라오는 꼬막이 유일했다. (친정아버지는 비릿한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꼬막만 허락한 입맛)
게다가 조개엔 그리 좋은 기억이 없었다. 밥을 먹다 조개에서 와드득 씹히는 느낌에 깜짝 놀라 먹던 음식을 뱉어 버렸다. 그리고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아 그대로 남기기 일 수. 식탁에서 조개로 만은 음식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럼에도 해산물은 마주할 운명이었던 걸까. 결혼을 하고 보니 남편은 육식파인 나와 상반된 해산물 킬러. 생선, 조개, 새우 등 가리지 않고 해산물이라면 뭐든 OK였다. 시댁에서도 고기보다는 해산물 위주의 상차림이었다. 젓가락이 선뜻 가지 않았지만, 억지로 입에 밀어 넣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해산물에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개류는 친해지기 어려운 사이였다.
그랬던 어느 날, 바지락의 참 맛을 알게 한 음식이 있었으니. 바지락을 듬뿍 넣어 만든 봉골레 파스타였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남편이 시킨 파스타를 한 입 먹어 보고. 바지락 맛에 빠져들었다. 한 동안 그 맛이 맴돌아 결국 인터넷 레시피를 찾아 집에서 해 먹어 볼 정도로.
생각보다 쉽고 간단하면서 맛도 좋은 봉골레 파스타. 이제 오벳 만의 봉골레 파스타 레시피를 공개한다.
오벳 봉골레 파스타 레시피
<바지락해감>
1. 깨끗하게 바지락을 씻어 이물질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여러 번 헹군다
2. 해감을 위해 물에 소금을 넣고 녹인 후, 씻은 바지락을 넣는다. 숟가락을 넣고 (해감에 도움이 됨) 위를 덮어 어둡게 한다
3. 냉장실에 1-2시간 넣어둔다 ( 반나절 정도가 가장 좋다 )
<봉골레 파스타 레시피 >
재료 : 바지락, 마늘, 페퍼론치노(크러쉬드페퍼), 올리브오일, 화이트와인 (맛술), 스파게티면, 소금, 후추, 바질가루, 파르메산치즈
1. 마늘은 잘게 다져둔다. 이왕이면 통마늘을 칼로 바로 다져 쓰기를 권한다. 해감 된 바지락은 여러 번 깨끗한 물에 헹구어 채반에 건져둔다
2. 냄비에 물을 넣어 끓인다. 물이 끓으면 스파게티면을 넣고 삶는다. 소금을 조금 넣어 면에 간이 배게 한다. (절대로 면수는 버리지 말 것) 면은 삶으면서 먹어보고 익힘 정도를 파악하는 게 가장 좋다
3.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누르고 마늘을 넣어 볶아 향기름을 만든다. 마늘이 노릇하게 익으면 페퍼론치노를 손으로 부스러뜨려 넣는다
4. 프라이팬에 깨끗하게 손질한 바지락을 넣고 한 번 뒤적여준다. 화이트 와인이 있으면 넣고 없다면 맛술도 괜찮다. 바지락이 한두 개씩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뚜껑을 덮어 전체적으로 잘 익을 수 있게 한다
5. 다 익은 바지락은 건져내어 잠시 따로 보관. 삶아낸 스파게티면을 팬에 넣어 자작하게 우러난 소스와 버무려 준다. 이때 면수를 약간 넣어 농도와 간을 조절한다
6. 따로 꺼내둔 바지락을 넣고 함께 뒤적인다. 바질 가루, 후추를 넣어 향과 풍미를 더한다
7. 접시에 예쁘게 세팅하고 취향에 따라 파르메산 치즈가루를 좀 얹어도 괜찮다 (자체 풍미를 즐기고 싶다면 굳이 넣지 않아도 좋다)
자 그럼 이제 맛있게 드세요. Buon appetito!!!
먼저 바지락을 하나 들어 맛을 본다. 탱글 하면서 쫀쫀한 살에 짭조름한 맛과 조개 본연의 달큼한 풍미가 어우러진다. 해감이 잘 된 바지락이 지닌 달달한 감칠맛은 덤. 와인을 넣었기에 조개의 비릿한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음은 스파게티면을 포크에 돌돌 말아 한 입. 투명한 면임에도 올리브 오일과 와인, 조개의 감칠맛이 듬뿍 배어 있다. 간간히 씹히는 마늘과 바질, 후추의 향이 느껴져 더 좋다. 면을 먹다가 바지락을 먹다가 한 입, 한 입 먹다 보면 어느새 접시는 깨끗하게 비워진다.
음식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으로 싫어하고 멀리하게 되면, 본래의 진정한 맛을 즐기기 어렵다. 그래서 다양한 접근을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남기는 게 필요하다. 나에게 있어 봉골레 파스타 속 바지락이 그러했다. 바지락의 참 맛에 눈을 뜨게 되면서, 바지락찜, 바지락탕도 좋아하게 되었다. 이제는 다양한 레시피로 바지락을 즐기는 중. 더불어 먹지 않았던 조개들을 접하기 시작했다. 바지락, 백합, 가리비, 키조개, 소라 등등. 전에는 몰랐던 각 재료 고유의 맛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며. 점점 초딩 입맛을 벗어나는 중이다.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의 기준으로 다른 이를 판단,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일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이래서 저래서 싫다, 안 맞는다 여겼다. 분명 좋은 점, 배울 점이 있었음에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 편협한 나의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고 느끼면서, 어찌나 미안한 마음이 들던지. 스스로 좁은 시야를 통해 작은 구멍으로 바라보았음을 반성한다. 잠정적으로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인정하리라. 불안했던 관계에서 조금씩 나를 자유롭게 하고자 한다. 봉골레 파스타의 바지락처럼 진심으로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봉골레 파스타를 먹으며
나만의 기준, 편견을
털어내는 연습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