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워도우를 더욱 맛있게 먹는 방법
빵러버. 빵순이. 자칭 빵을 너무도 사랑하는 일인이 여기 있다. 지금은 잠시 다이어트로 사랑스러운 빵과 이별 중이지만. 식단을 하면서 최대한 밀가루를 줄이고, 한동안 빵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밀가루를 끊으니 확실히 체중은 감량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삶의 즐거움, 퀄리티는 점점 낮아졌다.
밖에서 외식을 하려고 해도 맛있는 음식들에는 거의 밀가루가 들어있다. 빵, 국수, 튀김, 만두, 과자 등등. 밀가루가 들어 있지 않은 음식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 외식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허용되는 날이 있으니. 바로 치팅데이. 그렇다고 고삐가 풀려 마구 먹을 수 없기에 나름 머리를 굴려보았다.
그렇게 찾아낸 빵이 바로 사워도우. 칼로리와 당분이 낮고, 소화도 잘 되어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아 요즘에 인기 있는 빵 종류이기도 하다.
사워도우(sourdough)는 빵을 만드는데 이용되는 유산균과 효모의 공생 배양물로 천연발표종이다. 사워도로 만든 빵은 독특한 풍미가 나는데 유산균이 만들어 내는 유산이 그 주원인이다. 특히 호밀빵을 만들 때 많이 이용한다.
(출처: wikiwand)
여러 종류의 사워도우 중에서 자주 구입하는 빵 중 하나는 타르틴 베이커리의 슬랩이다. 여느 사워도우와 다르게 납작한 모양이 특징. 반으로 갈라 채소를 듬뿍 넣어 샌드위치로 즐기기에 좋다. 또는 살짝 구워서 올리브오일, 발사믹식초에 찍어 먹기도 한다. 사워도우의 시큼한 빵 맛은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올라오는 게 특징. 그 맛에 중독되면 어느새 사워도우빵에 빠져든다. 아무래도 빵이 크다 보니 먹을 만큼 썰어서 밀봉한 후 냉동실에 보관해 둔다. 먹고 싶을 때 꺼내어 스팀 토스터기에 구워 맛있게 즐긴다.
하지만 아무리 보관을 잘해도 빵 맛은 점점 떨어지기 마련.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깝고. 어떻게 하면 맛있게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채소, 베이컨, 치즈를 듬뿍 얹어낸 피자토스트가 떠올랐다. 사워도우와 채소가 듬뿍 들어가 있어 몸에도 좋다. 게다가 고공 행진 중인 물가로 피자 한판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활용한 냉털 요리로도 손색이 없다.
그럼 오벳‘s 사워도우 피자토스트 레시피 나갑니다.
오벳's 사워도우 피자토스트 레시피
재료 : 사워도우빵(슬랩), 양파, 베이컨, 버섯 (양송이, 새송이 등), 올리브오일, 파프리카, 파스타소스, 모차렐라치즈
1. 미리 냉동된 사워도우빵(슬랩)을 실온에 놔두어 해동한다. 그리고 양파, 베이컨, 버섯, 파프리카를 채 썰어 준비해 둔다
2. 양파, 베이컨, 버섯, 파프리카를 팬에 넣어 올리브 오일을 둘러 살짝 볶아 둔다.
3. 먹기 좋게 해동된 슬랩(또는 사워도우빵)을 반으로 갈아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오븐용 그릇에 납작하게 채운다
4. 빵 위에 파스타소스를 고루고루 펴서 발라준다. 그리고 익혀둔 양파, 베이컨, 버섯, 파프리카를 그 위에 올린다
5. 야채, 버섯, 베이컨, 파프리카 위에 파스타 소스를 좀 더 얹어 주고,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뿌린다 (많이 뿌리면 더 맛있다)
6. 210도 정도 예열한 오븐에 넣어 15-20분 구워낸다 (오븐에 따라서 온도와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알아서 조절하시길)
7. 겉의 치즈색이 황갈색으로 노릇노릇 해지면 완성. 이제 각자의 그릇에 덜어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됩니다
“루크야. 어서 나와 피자 먹자!”
고소한 치즈와 토마토소스의 향긋한 내음.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모습에 아이는 옆에서 난리가 났다. 먹을 만큼 덜어 줄게. 기다려봐. 각자의 접시에 먹을 만큼 덜었다. 포크로 한 입 뜨니 듬뿍 올려 구워낸 치즈가 주욱 늘어난다. 후우 후우 한 김 식혀 조심스레 입에 넣어본다. 고소하고 쫄깃한 치즈와 짭조름한 베이컨, 달큼하게 익은 양파, 버섯, 파프리카 그리고 새콤달콤한 토마토소스의 맛이 어우러 진다.
뒤이어 구수한 사워도우의 맛도 함께 한다. 분명 피자의 맛이 나지만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좀 더 건강하고 가벼운 맛은 아마도 사워도우를 사용했기에 그런 듯. 보통 피자 한 조각을 먹으면 금세 질리지만, 쫄깃하고 구수한 빵 맛에 계속 들어간다. 아이도 입에 잘 맞는지 한 접시를 뚝딱 비워내고 더 달란다. 나보다 까다롭고 예민한 입맛에도 잘 맞았나 보다. 깨끗하게 싹싹 비워내고 나서는.
“엄마. 그냥 피자보다 훨씬 맛있어요. 또 해주세요. “
실은 아이는 사워도우 빵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시큼한 맛과 약간 질깃한 질감에 몇 입 먹고는 금세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을 찾기 일 수. 하지만 좀 더 건강한 맛을 알게 하고 즐기게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조금씩 친해지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좋아하는 피자 맛으로 좋아하지 않던 사워도우의 맛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지금은 함께 먹으며 시큼하면서 구수한 맛을 즐기는 중이다. 전에 먹던 달달 부드러운 빵은 못 먹겠단다. 나도 이젠 달달한 빵은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지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우리 집에서 자취를 감춘 고칼로리 당분을 품은 빵들아. 안녕)
더불어 시큼하면서 투박하고 구수한 자체의 맛이 점점 더 좋아졌다. 다양하고 향긋한 풍미보다는 재료 본연의 빵 맛처럼.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각자가 지닌 고유의 맛이 더 중요하다. 달리 말하면 그 사람만이 지닌 매력, 개성이라 할 수 있겠지.
나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과한 맛을 억지로 더하고 있는 사람은 아닌지. 더 잘하고 싶고 멋져 보이고 싶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내 능력 이상을 갈망하고 꿈꾸는 게 아닌지. 내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일을 하든지, 나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나만의 시간, 속도를 지켜가는 게 중요하다. 물, 밀가루, 사워도(천연발효종)는 충분한 시간을 지나면서 부풀어 오르고 스스로 변화한다. 천천히 끊임없이 발효되어 계속 빵맛을 내는 사워도 처럼. 나도 서두르지 않고 계속 꾸준함으로 삶을 가꾸고 사워도우빵 맛이 나는 글을 써나가려 한다.
인생의 방향도, 속도도 내가 정하는 것이다
타인의 방식과 속도에 나를 맞추지 않는다
송수용
(내 상처의 크기가 내 사명의 크기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