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았던 옷이 맞아 들어가는 짜릿함 아시나요
지금까지 15-16kg 감량 중. 1월부터 시작된 다이어트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앞자리 숫자가 두 번이 바뀌었다. 그중에서 가장 와닿는 건 옷 사이즈의 변화. 몸무게 숫자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면서 사이즈 역시 줄어들었다. 빈틈없이 딱 맞던 라지사이즈의 바지에 주먹이 하나 들어갈 정도 여유가 생겼다. 몸에 맞는 옷을 다시 사야 하나 하는 기분 좋은 고민을 하며 떠오르는 건, 옷장 깊숙이 숨어 있던 애정하는 청바지와 원피스들이었다.
입고 나가면 사람들로부터 예쁘다, 잘 어울린다 하는 옷들이 누구나 있지 않은가. 이런 옷들은 쉽사리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고이 옷장 속에 모셔 두었더랬다. (언젠가 다시 입을 줄 알았던 거겠지.) 꾸역꾸역 억지로 입었지만 급격하게 불어난 살로, 결국 바지 단추가 잠기지 않아 눈물을 머금고 접어 두었다. 그랬던 옷들을 오랜만에 다시 마주한다.
어 이게 들어가네
미디엄 사이즈의 청바지는 어느새 다시 몸에 맞아 있었다. 아니 품도 여유가 있고 바지 단추를 잠가도 허리가 남는다! 세상에나. 다시 못 입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맞는 다니. 갑자기 신이 났다. 그럼 이제 다른 옷들도 입어 봐야지. 옷장에 걸려있는 원피스 들 중 눈에 띄는 연보라색 원피스. 정말 입고 싶어서 구입했지만, 한 번도 입지 못하고 계속 걸어 두기만 했었다. (얇은 옷 사이로 울룩불룩 튀어나온 살들에 충격을 받으며)
“오. 딱 맞는다.”
오랜만에 꺼내 입은 원피스는 몸에 착 감기는 예쁘게 맞아 들어간다. 거울 속에 비추어 본모습에 제법 옷태가 나는 중. 그래. 쇼핑몰 언니가 입었을 때 옷이 이런 느낌이었지. 신이 나서 이 옷 저 옷 꺼냈다. 인형 놀이를 하며 옷을 갈아입히듯, 옷들을 갈아입고 한동안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신기하다. 절대 입을 수 없다고 여겼던 옷들이 다시 맞다니.
그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지고 있던 옷들이 다시 밖으로 나올 시간이 되었구나. 버리지 않아 참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토닥이는 중. 맥시멀리스트라 참 다행이다 나 자신을 칭찬하며. 옷장에 가지런히 걸린 옷들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이 옷들을 입으면 한동안 옷 쇼핑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 왠지 돈을 아낀 듯한 기분. 오예! 옷 값이 굳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난 후, 라지사이즈에서 미디엄 사이즈 사람이 되었다. 스타일도 달라지고 나를 꾸미고 가꾸는 일을 다시 즐기는 중. 한동안 잊고 있었던 즐거움을 찾았다. 사이즈가 줄면서 가장 좋은 점은 어떤 옷을 입어도 태가 난다는 거다. 입고 싶었던 여러 옷들을 입으며 삶에 활력이 살아나는 느낌. 그래서 집순이가 집 밖 순이로 바뀌어 가고 있다.
몸 사이즈는 줄었지만 삶의 사이즈 반경은 점점 더 넓어졌다. 아이의 일로 여기저기 다녀야 하는 일이 많은데, 가뿐해진 몸은 피곤함을 덜 느낀다. 전에는 외출을 하고 나면 그다음 날은 무조건 집에 누워있어야 할 정도로 저질 체력이었다면, 지금은 이리저리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움직이는 중. 더불어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 주변 사람들의 놀라운 반응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는 그 들에게 씩 웃으며 한마디를 날린다. “그냥. 달라지고 싶어 졌어.”
함께 해왔던 라지사이즈의 바지를 깨끗이 빨아놓고 동네 엄마들 톡 방에 올렸다. 종종 아나바다로 옷을 나누어 입는 사이이기도 한 절친들에게 옷을 나누어 주었다. 옷을 가져간 언니는 아주 예쁘게 잘 맞는다고 기분이 좋단다. 마치 새 옷이 하나 더 생긴 느낌이라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커피쿠폰을 보낸 그녀의 마음에 따듯해지는 시간. 나도 좋고 상대도 좋으니 서로를 위한 일이 아닌가. 덕분에 커피쿠폰이 하나 생기기도 했고.
다이어트를 통해 이루어진 또 하나의 변화는 새로워진 환경을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갈 과정을 즐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현재 삶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실은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궁극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전과 다른 삶을 원하고 꿈꾸면서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내 몸을 바꾸어 가는 일이었다. 우선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이어나가다 보면 틀림없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거라 여겼다. 꾸준히 다이어트를 하며 달라진 삶의 태도는 몸의 변화와 함께 관점의 변화도 이끌어내고 있다. 이제는 과거에 미련을 가지고 후회하기보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앞으로를 바라보는 내가 되어가는 중.
어제는 과감하게 그동안 입었던 옷들을 다 정리했다. 과거의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 수거함에 미련 없이 떠나보낸다. 계속 붙잡고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기보다, 쿨한 이별을 선택한다. 이제 다시는 입을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동안 고마웠어. 안녕. 우리 이제 다시는 보지 말자.
바지, 원피스는 잘 맞는데
이런, 윗옷이 다 커져서 안 맞는다!
결국 위에 맞는 옷을 사야 하는 건가
돈을 아낀다고 좋아했더니만
섣부른 판단이었네
메인사진출처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