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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벳 Jul 24. 2024

나를 사랑하고 싶어 반짝이는 신발을 신습니다

일상에서 작은 반짝임이 지닌 힘



단조로운 옷과 신발. 언제부턴가 무채색의 단순함에 익숙해졌다. 누군가의 주목을 받는 게 불편했다. 원래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나름 패션에 관심이 많고 꾸미는 걸 좋아했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달라지더라. 남다르게 예민한 아이는 나를 늘 노심초사하게 만들었다. 아이의 불안함으로 튀어나오는 돌발행동과 이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두려웠다. 그래서 옷으로라도 관심을 끌지 않으려 했다.



모든 시선과 태도는 아이를 향해 있었다. 평범한 삶을 간절히 원했던 시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왜 이리도 어려운 걸까. 잘 사는 걸 바라는 게 아니었다. 남들만큼만 살기를 원했다. 그러나 분명한 건 평범한 삶은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는 거다. 발달장애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보통은 다가갈 수 없는  또 다른 세상 이야기. 너무도 간절했다. 그래서 안간힘을 썼는 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언젠가는 우리도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여기며. 그토록 바라왔던 남들처럼, 남들 같이라는 말에 갇혀 버렸다. 닿을 수 없는 간절함이 희망고문처럼 옥죄어 왔다. 시간이 흘러 결국 모든 게 내 욕심과 이기심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달았지만.






이런 흐름을 끊어내고 싶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힘을 주었던 시간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졌다. 우리는 온몸으로 부딪히며 몇 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고통의 시간을 지나며 엄마라는 이름에 감추어진 이기적인 마음에 휘둘려 왔음을 깨달았다.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나의 고집과 책임감으로 이끌어 가려고 했다. 아이의 시선으로 함께 바라보려 하지 않고, 나의 관점으로 이끌어 가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장애를 마주하며 앞으로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아이는 이미 자신만의 느린 속도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그제야 모든 걸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온전히 매여있던 삶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조금씩 우리는 나아갈 수 있었다. 어느새 고학년에 들어선 아이는 예전만큼 손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난 마흔을 지나가는 중이다.





신발장을 열어보니 굽 낮은 단화, 단색 스니커즈로 가득했다. 화사한 컬러의 예쁜 신발은 한 켤레도 보이지 않았다. 장애아이 엄마로 살아가며 남은 건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는 단색의 편한 신발들. 과연 누구를 위한 거였을까? 분명한 건 나를 위한 건 아니라는 거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신발들을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미련 없이 떠나보내기로 했다.



반짝이는 펄이 가득한 신발을 샀다. 단색의 운동화와 이별하기 위해. 새 신을 신고 외출한 날, 햇살에 비추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에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이. 신발에 어울리게 스타일도 바꾸었다. 변한 모습을 가장 좋아했던 이는 친정엄마였다. 장애 아이를 키우느라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고 있던 딸을 긴 시간 애처로이 바라보았던 엄마. 달라질 딸의 모습을 간절히 기다려 왔으리라.





그동안 잊고 있던 소소한 행복을 하나씩 이루어가고 있다.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가며. 스스로를 아끼며 사랑하는 중이다. 아이만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고 있다. 반짝이는 신발처럼 반짝이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드라이브를 즐긴다. 아이와 전시회를 보며 예술이 주는 새로움에 눈을 떠간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었던 삶에 작은 반짝임들이 가득해진다.






이제는 안다. 평범한 삶은 우리와 머나먼 이야기란 걸. 그렇다면 삶을 다르게 살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다른 이들을 따라가지 않고, 누군가의 부러움을 받는 삶이 아닌 우리 만의 스토리를 써나가기로 했다. 평범과 보통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으며.



일상의 작은 반짝임으로 삶은 달라진다. 자신 만의 이야기를 써나가며 삶은 특별해진다. 여전히 sns 속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마음이 작아질 때도 있지만. 멋지고 특별한 일이 가득한 인생은 없다. 단지 일상에서 발견하는 행복의 순간들과 작은 멋짐들이 있을 뿐. 다른 이들의 삶을 부러워하기보다 자신의 시간 속에 빛나는 찰나를 누리기를. 작은 반짝임을 알아보는 사람이 되기를. 나의 삶을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 오늘도 반짝이는 신발을 신는다.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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