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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nnun Dec 03. 2018

콤비족들, 남미 여행의 인플루언서

예비 여행자들의 로망이 된 사람들

한 개인의 '꿈'은 독창적인가.


꿈이라는 단어가 소비되는 시대, 꿈을 꾸지 않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라도 한 듯 우리는 꿈꾸기를 종용하는 시대에 산다. 청개구리 기질을 발휘해 의문을 품어 본다. 우리의 '꿈'은 스스로 생각해낸 것인가? 그것은 창의적인가?


아니면, 그 '꿈'마저도,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그 목표마저도 유행 따라 생겨난 어떤 것인가?


삶의 스타일이 분명하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시대의 영향을 피해 갈 수 없다. 디지털 노마드, 미니멀리즘, 욜로, 비건주의 등등 시대의 가치로 포장된 많은 유행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물론 그 안에는 정말로 지금과 앞으로의 사회에 필요한 여러 가치들이 녹아들어 있기도 하다.


캠핑카 여행을 준비하면서, 아직 여행을 한 것도 아니면서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들었었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이런 객기스런 여행을 한 사람은 없으니까. 훌훌 놓아버리고 자연으로(혹은 고속도로 위로) 뛰쳐나갈 수 있는 자유! 우리 자신이 쿨해 보였다.


남편은 전형적인 남미 사람으로, 내일과 미래를 거의(전혀) 계획하지 않는다. 그런데 스스로가 쿨해 보이던 시간도 잠시, 밀려드는 갖가지 두려움들 때문에 인터넷 검색을 시작하게 되었다. 국경마다 필요한 것은 뭔지, 다른 여행자들은 어떤 루트로 이동하는지, 캠핑카는 어디다 세워놔야 안전한지, 여행하면서 다들 돈은 어떻게 버는지. 수많은 질문들이 발목까지 내려와 거슬리는데, 결국 여행을 시작해봐야 안다는, 각자의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자명한 진리에도 불구하고 여행 블로그들을 탐색하는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다 한 가지 눈치챈 사실.


아르헨티나에서 알래스카까지 여행한(여행 중인) 사람들이 적어도 수백 명은 된다는 것이다!


유니크하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여행 계획도 최근 수많은 사람들이 용기 내어 실행에 옮긴 그것과 다르지 않았던 거다. 오리지널 타이틀은 잃었지만, 대신 소속감을 얻게 되었다. 수많은 부모들이 어린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캠핑카보다 훨씬 작고 불편한 차로 여행을 해냈으며, 수많은 여행자들이 남미를 여행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다고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증언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육로로 종단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콤비족'들이다.


콤비는 볼스바겐에서 만든 작은 봉고차 같은 모델인데, 귀엽고도 빈티지함이 물씬 풍겨 나서 사진만 찍었다 하면 그림이 된다. 작으면서도 두 세 사람이 여행하기에는 충분히 넉넉하다고 한다.

부엌, 침대, 쇼파까지 다 들어간다 kombipalnorte.com

콤비의 장점은 일단 작기 때문에 도심이든 해변이든 마음 놓고 이동할 수 있고 어디서든 주차가 가능하다. 외모가 받혀주기 때문에 어딜 가든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된다. 귀여운 외모는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느끼게 하고 스스럼없이 다가와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그 덕분에 자신들의 공예품이나 엽서, 여행사진 등을 판매할 수도 있다. 클래식카 마니아라면 이해하겠지만 이 콤비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남미 곳곳에 동호회를 조직하고 있다는 점도 아주 중요한 장점이라고 하겠다.  


단점은, 가끔 아니 자주 엔진이 고장 난 다는 것??

막판에는 스스로 고치기도 한다는. kombipalnorte.com
귀여우니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kombipalnorte.com

차체가 낮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천장을 열어 위로 올릴 수 있도록 개조하기도 하고, 내부 공간을 더 넓게 쓰기 위해서 가스렌지와 미니싱크대를 바깥으로 빼기도 한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차고 넘친다.


콤비족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들이 있다.


손수 콤비를 개조하고 아기자기하게 내부를 꾸민다. 계획적이지 않은 여행 방식을 선호한다. 아이들이 없는 커플인 경우가 많다. 좋은 사진과 컨텐츠로 무장해 소셜미디어를 잘 꾸리고 활용한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며 몸소 경험해낸다.


단순함, 소박함, 멋스러움으로 채워진 삶은 최근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꿈'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다양한 문화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생생하게 느끼며 체험할 수 있는 여행-삶에 대한 열망은 우리가 가진 무수한 두려움들을 단박에 눌러버리는 힘이 있다.


작은 녀석이 못가는 곳이 없다 kombipalnor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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