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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nnun Dec 08. 2018

장기 여행하면서 돈은 어떻게 벌지?

남미 여행자들의 여행 경비 마련하는 법

여행은 돈이다,라고 생각하기 싫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부부가 장기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오랫동안 고민한 부분은(여전히 진행 중인) 아마도 여행하는 동안 필요한 경비를 어떻게 마련하냐는 것이다. 둘이서 하는 여행이라면, 까짓 거 부딪혀 보는 거지 뭐! 바나나만 먹고도 다닐 수 있지!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 속에는, 매일 그것도 최대한 건강한 방식으로 먹고 성장해야 하는 꼬맹이들이 둘이나 있다.


자, 사인 가족이 캠핑버스로 여행을 할 경우 얼마의 돈이 필요할까?


가장 큰 지출 금액은 크게 두 가지다.

유류비와 식비.

그 외에 입장료, 캠핑 사용료, 통행료, 캠핑카 정비에 들어가는 비용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캠핑카 여행자들이 기름값과 식비로 90퍼센트 이상을 지출한다고 한다. 남편은 요리조리 넉넉잡아 계산을 해보더니 한 달에 천 불정도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짐작했다.


2018년 12월 현재 멕시코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한 사인 가족의 증언(!)에 의하면 그들은 한 달에 평균 오백 불 정도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지역에 따라 편차를 생각해야 한다.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 등의 나라에서는 경비가 조금 더 들것이고,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의 지역에서는 식비가 훨씬 저렴하다고 하니 기대해볼 만하다.


장기 여행을 하면서 경비를 벌기 위해서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여행을 코앞에 둔 요즘, 새벽 다섯 시면 잠을 깬다. 천장을 보면서 눈을 멀뚱하니 뜨고 있자면 갖가지 상념들이 머릿속을 휙휙 헤집는다. 2년 동안 길 위에서 아이들과 함께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을까.


지난 오 년 동안 콤비를 타고 남미를 여행한 아구스틴은 무려 애들이 셋이다. 출발할 때는 둘이었는데 오 년간의 여행 동안 아들 셋이 줄줄이 태어났다. 음향전문가인 아구스틴은 여행 동안 뭘 해서 애들 밥값을 벌었는고 하니, 페루에서 자연석을 사서 그걸 목걸이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카리브해변에서 관광객들에게 한 명 한 명 다가가서 팔았다고 한다.


꽤나 짭짭하게 벌었어. 우리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더 관심이 있어하고 도움을 주고 싶어 흔쾌히 지갑을 열곤 했지. 페루나 콜롬비아에서는 자연석이 싸기 때문에 거기서 많이 구입을 해서 틈틈이 목걸이로 만드는 거지. 목걸이 하나에 십 달러만 받아도 기름값이랑 식비는 빠진다니까. 내가 여행하면서 목걸이를 만들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말이야 하하하


아구스틴 말고도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취미와 특기를 활용해서 소소하게 경비를 마련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이 사례들을 보면서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어떨까.


우드 트립 Wood Trip 


아르헨티나 커플인 이누와 마르틴은 우드 트립이라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우수아이아에서 알래스카까지 여행 중이다. 손재주가 좋은 마르틴은 목공일을 하고, 디자인을 전공한 이누는 길거리에서 만나는 갖가지 물건들에 그림을 그려서 팔거나 벽화를 그려주기도 한다. 이들은 특히 멕시코에서 여행 중에 만난 사람을 통해서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작업하는 기회를 얻었는데, 돈도 벌면서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달 동안 머무는 호사를 누렸다고. https://www.instagram.com/wood.trip/


길 위의 꿈 Sueño de Ruta


라우라와 파쿤도 역시 아메리카 대륙을 여행 중인 콤비족이다.(콤비족에 대한 좀 더 자세한 포스팅은 이곳에 https://brunch.co.kr/@oberachu/2) 두 사람은 광고를 전공했는데, 여행하는 동안은 작가로 변신했다가 음악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들은 여행 중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는데, 자신들이 쓴 책과 직접 찍은 사진들을 엽서로 만들어 팔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명상 여행'을 주제로 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한다. 사이트에 소개되길 원하는 호텔이나 요가센터 같은 업체들을 직접 방문해서 사진과 함께 후기를 작성해서 자신들의 블로그와 소셜미디어에 소개하고 있다. http://suenosderuta.com




콤비 루테라 Kombi Rutera


여행을 시작하면 본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커플은 하던 일을 쭉 이어가는 행운을 가졌다. 마루와 마르틴은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시작했고, 여행을 하면서 두 사람만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번듯한 녹음실도 없지만 그들이 자리 잡는 곳이 곧 스튜디오로 변신한다. 라디오 프로그램만으로는 여행 경비가 충당되지 않아 여러 가지 악세서리나 소품을 파는 일도 겸하고 있다. http://www.kombirutera.com.ar



꼭 한번 해볼 만한 여행 Viajar Vale la Pena


발랄한 아르헨티나 커플인 신티아와 앤디는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유투버로 변신했다. 영상 작업에 능한 앤디는 촬영과 편집 등 비디오 작업을 맡고, 신티아는 멋진 문구로 장식된 액자를 만들어 파는 일을 하면서 3년 가까이 여행을 지속하고 있다. 여행 전에 가졌던 두려움들, 여행에서 벌어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두 사람의 유투브 채널은 현재 만 사천 명 이상 되는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구독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니 곧 유투버 수입이 액자 판매 수입을 넘어서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ukcBGQv_D8Kyyq56Hgsc8A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대부분의 경우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과 오프라인에서 무언가를 판매하는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여행자들이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수입을 창출하는 것이 쉽지 않고, 중남미의 경우 인터넷 사정이 열악한 곳도 많아 인터넷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변이나 광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직접 물건을 파는 일을 하다 보면 지역 사람들과 훨씬 접촉하기 쉽고 자연스럽게 친구들도 사귀게 된다고 한다. 온라인 상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끈끈하고 찐한 인간관계들이 또한 여행의 별미일 테니 말이다.


장기 여행 고수들이 전하는 노하우


1. 우물은 많이 팔수록 좋다

장소와 그곳을 왕래하는 사람들의 특성에 따라 품목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어느 곳에서는 잘 팔렸던 물건도 다른 곳에서는 팔리지 않을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판매하는 물건이 다양할수록 기회도 많아진다.


2. 절박함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일로 돈을 벌 수 있을지 스스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반이라는 친구는 오토바이로 아르헨티나에서 알래스카까지 여행 중이었는데, 그만 에콰도르에서 큰 사고를 당해 가진 돈을 대부분 잃게 되었다. 어찌어찌 미국 캘리포니아까지 도착했을 때 그의 수중에 남은 돈은 달랑 십 불이었다고 한다. 막막한 마음으로 해변에 앉아 서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웨이크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었다. 평소 사진을 프로급으로 잘 찍던 그는 그 일로 상당한 수입을 올려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경제적으로 절박한 상황이 되었다고 너무 낙심할 일도 아니다! 침착하게 아이디어를 떠올리면 살아남을 방법이 생길 것이다(라고 많은 여행자들이 이야기한다).


3. 여행 초반에는 적응 기간을 가진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여행 초반부터 돈을 벌려는 생각에 여행 자체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캠핑카 여행은 개인에 따라 육 개월에서 십 개월 정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니 여행 초기 몇 달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해서 떠나는 것을 권한다는 것이다.


4. 자신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라.

위에서 언급한 우드 트립의 이누와 마르틴의 경우 여행 중에 만난 사람으로부터 프로젝트 제의를 받아 샌프란시스코까지 초빙되어(!) 지내다 왔다. 여행 중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며 그중에는 우리의 전문성을 알아보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그러니 자신이 잘 아는 특별한 분야가 있거나 기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좋겠다.


5. 부끄러움 따위는 고속도로에 던져버려라.

많은 여행자들이 여행 초반 물건을 팔기 위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일이 힘들었다고 한다. 누가 처음부터 장사꾼의 피를 가지고 태어났던가. 평생 뭔가를 파는 일을 해본적이 없는 우리도 이부분에서는 자신감이 급 하락한다. 처음에는 부끄러워 물건을 보여주지도 못했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재밌어진다고 하니 직접 경험 해본 후에 생생히 포스팅 하는 걸로.




여전히 마음속 한 구석에는 여행하다 경비가 부족하면 어쩌지, 금쪽같은 아들들이 바나나를 사달라고 조르는데 사줄 수 없으면 얼마나 마음이 찢어질까, 하는 걱정이 있다.


어쨌든 길을 떠나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세계다.


출발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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