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뿌리

by F와 T 공생하기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것은 세월 따라 변한다.


이 중에서 예외가 있다.


바로 뿌리다.


내가 태어난 지구상의 위치,

그 이름을 작게는 행정구역으로부터 크게는 국가, 대륙, 자연환경을 가리킨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결정되는 피부색, 눈동자, 생김새와 닮은 내 부모, 형제, 가족들.

(*내가 아는 아랍의 친구들은 형제사이에서도 서로 닮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대륙과 각각의 혈통이 뒤섞여 있어 한 가족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있어

겉모습은 유효하지 않다고 한다.)

자라면서 엄마를 따라 배우게 되는 모국어,

사람과 인생을 대하는 태도 등


호주의 Aborginal의 한 가계도를 조사한 것이다.

*쉽게 원주민으로 번역할 수도 있으려나 싶었다.

이렇게 쓰고 싶지 않았고, 써서는 안 될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주민은 현재의 주민에 의해 제거되고,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지 않는가?

그들은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잃어버렸다.

그러나 엄연히 스스로를 지켜내고

다시 공고한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NGA)에 걸린 Aborginal Family

뿌리가 침략당하고,

존엄과 생존을 위협받았으나,

용감하고, 처절하게 싸워

이겨내고 있다.


그들의 재산과 뿌리를 지켜내었고

참정권을 확보하기 위해

헌법을 바꾸었다.


국회에,

정부에

사회 곳곳에

그들의 뿌리를

다시 내리고 있다.



이들은 거센 외부의 침략에 대항해 싸워왔는데

다가오는 명절에 외부의 적이 있는가?

가족이, 뿌리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며

평화로운 세상에서 평화롭게

즐거운 날로 만들기를 바라본다.


이곳 호주는 지금 여름이 한창이다.

미술관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곳이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며,

그들의 생각을 읽고,

나라면 … 잠시 서서 상상해 본다.


20세기 초 인상파 화가 전시가 한창이다.


Ethel Carrick은 1913년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It’s people who attact me. Crowds are to me what a magnet is to a needle. I love the colour, life, movement and individuality of a crowd ... To me it has the attraction a fine orchestra has to a musician, and often when I’ve been painting some of the groups ... I have felt them as musical chords.


내 눈길을 끄는 것은 사람들

자석과 바늘 같은 군중과 나

색, 인생, 움직임, 개성에 대한 사랑

음악가에게 오케스트라와 같이.

사람들을 그릴 때면 마치 화음과 같이 느낀다.


Markets by Ethel Carrick, NGA


내가 본 가장 작은 풍경화다.


지금과도 같은 화창한 봄, 여름 날씨였으리라.

활짝 핀 꽃을 벗 삼아

한 부인과 한 아이가

서로 손잡고

서로를 바라보며

들녘을 거니는 모습이다.



오래된 작은 풍경화라도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을 담아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변치 않고, 깊어가는 뿌리

사람과 개성

자체로 아름다운 화음이 되는 명절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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