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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영광 Feb 14. 2021

14. 오늘 아내 생일입니다.

결혼이야기

 한 줄 요약 먼저 하겠습니다. 그냥 이벤트 했다는 글입니다. :-) 19년 5월 4일 결혼 후 아내가 생일을 맞이한 지 두 번째 되는 해입니다. 저 김그린은 결혼하기 전 이벤트 대왕이었습니다. 이 여자 저 여자 쫓아다니기 위해 이벤트를 많이 준비했었습니다. 물론 그분들과 연애를 해보거나 깊은 사귐을 가진 적은 거의 없습니다. 이벤트만 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이 모든 사실은 아내가 알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이벤트  

 1. 중학교 때 사탕꾸러미 3-5만원짜리 사서 고백하기. 

 2. 영화관 데리고 가서 영화 보여주고 고백하기. 

 3. 그 여자분 자취하는 곳 가서 화장실을 뚫어줬는지 설거지를 해줬는지 뭘 해주면서 좋아하는 마음 티내기.

 4. 친한 신혼부부(형,누나) 집에서 프러포즈하기 영상 및 케이크 및 꽃 증정. (아내한테 프러포즈입니다.)

 5. 군대에서 휴가 나와서 복귀하기 전에 4-5주년 기념 케이크 준비해서 여자 친구(=아내) 불러 감동주기.

 6. 내가 좋아하는 통기타 선물해놓고 맘에 들지?라고 유도했던 이벤트 등.


 글로 쓰려니까 효과가 좀 떨어지는 기분인데.. 아무튼 여자가 좋아할 만한 거의 모든 것들을 다했습니다. 유치하기도 하고 오글거리기도 한 그것. 그러나 이제 다른 여자들한테 할 필요 없이 오직 한 사람을 위해서만 이벤트를 준비합니다. 결혼 후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아내가 말합니다. "그 여자들한테는 이벤트를 잘했으면서 왜 나한테는 안 해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름 아내한테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충격을 주더군요. 그래서 생일 때만큼은 꼭 이벤트를 해주자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게 쉬울 것 같은데 굉장히 어렵습니다. 저는 아내랑 붙어있는 거 너무 좋아하고 아내도 저랑 붙어있는 거 좋아합니다. 서로 회사 가는 것 빼면 거의 붙어있습니다. 아내랑 붙어있으면 엄청 재미있어요. 아내가 째즈를 전공하기 전에 꿈이 개그맨이었습니다. 농담 아니라 진짜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이벤트 준비하기가 빡빡합니다. 눈치가 대박입니다. 제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감정인지 거의 다 알고 있어서 헛트루빠트루 행동하면 티가 많이 나요. 그래서 진짜 들키지 않고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입니다.

 20년 생일 때는 겨우겨우 다이소에서 파는 HAPPY BIRTHDY 사서 걸어두고 아내가 좋아하는 가방 브랜드가 있는데 그 가방을 미리 구하지 못해서 나름 Gift 카드처럼 만들어서 임기응변으로 준비하고 노래 부르면서 춤췄습니다. 너에게 쓰는 편지 (Feat. 린) - MC몽 2004년도 노래네요. 그걸 개사해서 불렀습니다. 자료가 있으면 공개하는데 찾아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21년 2월 14일 오늘 어떤 이벤트를 했는지 궁금하시죠? 너에게 쓰는 편지3 을 선물했습니다. 노래를 불렀고 당연히 개사했습니다. 아내랑 붙어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어서 제가 시간을 낼 수 있는 시간은 아침이었습니다. 13일(토) 저는 새벽 6시에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동영상 편집을 시작했습니다. 한 한 시간 걸린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내 앞에서 LIVE로 부르자니 긴장하다가 개사한 거 까먹을 것 같아서 녹음해서 들려주자는 마음으로 아침에 아주 조용하게 노래를 불러서 녹음했습니다. 한큐에 끝나면 좋은데 3번 정도 부른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마지막 녹음본을 동영상이랑 합치고 작업 준비 다 끝내서 방에 들어갔는데 아내가 깨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침부터 큰 소리로 왜 노래를 부르냐고 말하더군요. 진짜 심장이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래서 "아 나 화장실만 갔다 왔어. "라고 이야기했는데. 아내 왈"아니, 엄청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는데 무슨 소리냐. 무슨 노래를 불렀냐- 불러봐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다급하게 아니라고 둘러대고 얼버부리다 둘 다 다시 잠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거의 완벽하게 축하해줄 준비를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저녁에 둘이 놀면 뭐하니 같이 보고 나서 제가 아내한테 "이번 생일 때 무슨 선물 가지고 싶어요?"라고 물었더니 "선물 준비된 거 아니야?"라고 말하더라고요.

"아.. 그게 아직 준비는 못했어 아내 원하는 거 해주고 싶어서 리스트만 알아두고 사주려고 그랬지"
"나는 당일에 선물 받고 싶다고!! 저번처럼 GIFT 카드 얼토당토 하게 만들어서 선물할 생각하지 말고 당일에만 주는 그 기쁨을 주라고요!!" 
 

 여기서 진짜 멘털 터졌습니다. 저는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습니다. 그때 다급하게 쿠팡에 들어가서 애플 워치를 찾았습니다. 쿠팡을 가입하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는데 잘 안되었습니다. 그리고 겨우 핸드폰으로 가입한 후 아이템을 다시 찾아서 바로 구매하기 눌렀는데. 로켓 배송 품절. 

 그때부터 생일 당사자보다 제가 표정이 안 좋았습니다. 망했다.라는 문구가 제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진짜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에 우울했습니다. 그 이후 아내가 괜찮다며 불편한 위로를 건네주고 샤워하러 들어갔습니다. 사실 그때까지 이벤트만 준비했지 케이크도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고민하다가 재빨리 마트를 향해 뛰어갔습니다.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 미역을 샀고 생일 케이크 대신 위즐 아이스크림 컵(대)을 샀습니다. 그리고 집을 향해 엄청 뛰어왔습니다. 


 이미 나간 건 들킨 거고 모든 건 너에게 쓰는 편 3 개사와 춤에 모든 것을 걸자!라고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아내가 씻으러 간 시간이 11시를 향해 달려갔던 터였고 11시 50분이 되기까지 마음이 초조했습니다. 그리고 12시 땡 하는 순간 에어팟 꽂아보라고 말하며 에어팟을 로맨틱하게 꽂아줬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너에게 쓰는편지3(자이언티 - No Make up)을 불러주면서 춤췄습니다.  


   

  


 아내가 너무 좋아하고 신박하다고 칭찬해주니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아내 생일에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고 잤고 오늘 현대백화점 가서 애플워치 사자고 이야기했는데 전 매장 품절이라네요... 오묘하게 이벤트가 끝났습니다. 결국 제가 열심히 이벤트 했고 노력했네요. 뭐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네요. 한 여자를 위한 이벤트는 중요합니다. 평생 해야 할 임무죠. 이벤트를 잘하면 아내가 기뻐하고 아내가 기뻐하면 저도 기쁘고 집에 행복이 넘쳐납니다. 여자 친구 일 때부터 밀당 같은 거 하지 마시고 잘해주세요! 우리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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