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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oJang Jan 01. 2017

히말라야, 그곳에 가다 (3)

우기, 밀림 그리고 거머리

새벽에 내린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직 산속은 어둠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롯지는 이미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안나푸르나로 향하는 여행객들이 먹을 아침을 준비하느라 아궁이마다 장작불이 타고 있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처마 밑에 앉아서 길을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롯지 부엌은 아침부터 여행객들이 먹을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네팔 전통 빵 로티

간단하게 네팔 전통빵과 달걀로 아침을 때우고 우비를 챙겨 입고 첫번째 롯지를 나섰다. 오솔길을 따라 때로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기를 반복하며 몇시간을 걸었더니 무릎에 조금씩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평소에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편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걷는 것은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시작부터 몸에 무리가 오는 것을 느끼다니...... 

거머리는 등산화와 양말을 뚫고 들어온다. 지혈도 잘 되지 않는다

포터인 아카스가 출발할 때 부터 당부하던 것이 있었다. 바로 거머리를 조심하라는 것.

거머리는 보통 나무잎 끝에 매달려 있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그 위로 떨어져서 옷을 파고들어 피를 빨아먹는다.

거머리라는 벌레를 이름만 들어만 봤지 실제로 본 적은 없기 때문에 그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중간에 잠시 쉴 때 양말 속 느낌이 이상해서 양말 벗어보니, 서너마리의 거머리가 발에 달라붙어서 피를 빨고 있었다. 거머리를 떼어내려 하자 살을 물고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왜 사람들이 '거머리 같은 놈'이라고 하는지 이해되었다. 거머리를 떼어낸 자리는 한동안 지혈도 되지 않았다. 서너마리를 떼어내고 나니 발 전체가 피로 물들어서 살짝 겁도 났다. 이때부터 쉴 때마다 양말을 벗어 확인했는데 거의 항상 거머리를 몇마리씩 떼어냈다.

계곡을 건너기 위해서는 간이 현수교를 건너야한다
계속 비가 내려서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이따금식 구름 사이로 능선을 보여줬다
저 계곡을 따라 몇일 더 들어가야 안나푸르나가 나온다

계속 내리는 비와 높아진 고도 때문에 감기 기운이 오기 시작했다. 따뜻한 국물에 밥을 말아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롯지 한쪽에 딱 써있는 문구가 '김치찌개'였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긴 했지만 그래도 히말라야 산중에서 김치찌개라니... 막상 시켜서 먹어본 김치찌개는 신맛이 강하고 얼큰한 맛은 없어서 기대한 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따뜻한 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니 감기 기운은 좀 나아졌다.

구름 속을 거닐다

우비를 쓰고 빗 속을 걷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곳이 히말라야라면 더욱 그렇다. 젖은 발 불어서 쉽게 상처가 났고, 땀으로 범벅된 옷은 체온을 떨어트리기 쉽상이었다. 바위들은 미끄럽고 길은 진흙탕이었다. 숨은 더욱 거칠어졌고 쉬는 횟수가 많아졌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두번째 롯지 시누와

오늘 목적지였던 시누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쯤 

걸은 시간은 8시간이었지만 힘들었던 탓이었는지 숙소에 들어와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앉아만 있었다. 다행히도 이곳에서는 샤워가 가능했다. 따듯한 물이 아닌 그냥 차갑지만 않은 물이었고 물줄기도 가늘었지만 씻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해발은 2360미터, 이미 한라산보다 높은 곳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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