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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oJang Jan 03. 2017

히말라야, 그곳에 가다 (4)

해발 3,000미터 -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는 높이

트랙킹을 시작하고 한 번도 파란 하늘을 보지 못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위에 상황이 어떤지 물어봤는데 하나같이 날씨가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지금이라도 길을 돌려서 내려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제 와서 길을 돌려 내려가 봐야 딱히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오기가 생겼다.

해발 2,500미터가 넘었지만 여전히 밀림지역이 계속 되었다

길은 점점 험해졌고 위험천만한 절벽 옆을 지나 뾰족한 돌들로 가득한 계곡을 건너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고 호흡은 더욱 가빠졌다. 두통도 함께 왔는데 고산병 증세가 아닐까 의심이 되었다

구름 속 저편에 안나푸르나가 있지만 한번도 보지 못했다

점심때쯤에 맞춰 히말라야(마을 이름이 히말라야였다)에 도착했다. 이미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 몇몇은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서 매우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중 한국에서는 오신 한 중년 여자분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같이 오신 일행분들과 하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두통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심하지는 않아서 조금 더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설 수 있었다. 그 사이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포기하고 내려가고 있었다. 이 곳 해발은 3,000미터, 고산병 증세가 나타난다는 마의 고도였다.

우기에 내린 빗물로 만들어진 폭포인지, 만년설이 녹아 내려 만들어진 폭포인지

잠시 주춤했던 비는 오후가 되면서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돌 틈 사이로 다리를 딛고, 돌부리를 잡고 올라가야 하는 험한 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빗물로 미끄러워진 돌에 발을 헛디뎌 다칠뻔한 위험한 순간을 여러 번 겪었다.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숨은 점점 가빠지면서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졌고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사고 나기가 십상이었다. 이제부터는 정말 조심 또 조심해야만 했다.

해발 3,000미터를 넘어가자 무성했던 밀림은 사라지고 낮은 수목과 이끼류가 보이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오늘의 목적지 데우랄리에 도착했다. 이곳 해발은 3,200미터

하루 종일 맞은 비와 온몸을 적신 땀 때문에 씻고 싶은 간절했지만 급격한 체온 변화는 고산병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어서 가능하면 샤워를 하지 말고 했다. 어차피 샤워할 수 있는 따뜻한 물도 없었지만 조금만 참자

올라온 길을 뒤돌아 내려다 보면 항상 구름으로 가려져 있었다
깍아지르는 절벽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들이 많았다.

이제 내일 트래킹을 시작한 지 4일째 되는 날에 드디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간다.

지금까지 이 곳 히말라야는 한 번도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내가 이 곳을 내려가기 전까지 만년설이 쌓인 안나푸르나가 그 자태를 한 번이라도 보여줄까? 행여 그 모습을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신의 뜻이라 순응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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