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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Dec 23. 2022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분리수면은 언제나 가능해질 것인가.


아이가 태어나고 나는 아이를 한 침대에서 같이 재운 적이 거의 없다. 아이와 함께 한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엄마에게도 말도못할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 것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혹여 아이를 다치게 할수도 있다는 강한 위기의식 속에 잠을 청해야 한다는 뜻이고, 그건 수면의 질이 급강하 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나는 그런 선택을 할 수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고 거의 대부분의 순간을 따로 재웠다. 처음엔 아이를 침대에서 재우다 아이용 침대로 옮겼다. 그런데 어느 블로그 글에 보니 아이가 자다 깼는데 자기가 잠든 장소가 바뀌면 얼마나 무섭겠냐는 말에 그 다음부터는 아이 침대에서 재우려 애썼다. 아이가 아이 침대에서 잠든걸 확인하면 모니터용 카메라만 켜고 문을 닫고 나왔다. 우린 스스로 쿨한 부모라 생각 했다. 아이가 뒤집고 앉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드디어 큰 침대를 샀다. 한번 사면 쭉 슬 생각에 아주 큰 슈퍼싱글로.


나의 생각은 짧았다. 엄밀히는 크기에 대한 문제라기 보다는 침대의 존재 자체에 대한 문제였다. 일단 우리가 산 침대는 데이베드로 꽤 높았다.보통의 데이베드는 엄마아빠 침대와 붙여 놓을 생각으로 사는 것이었는데, 그냥 이걸 많이 사는구나 하고 사버린거다. 데이베드는 침대의 높이가 높고, 아이가 혹 떨어지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할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니 그런 불안을 잠식시키기 위해 '침대 범퍼'를 구입해야 했다;


작디 작은 아이는 그 침대에서도 충분히 잘 잤다. 떨어질까 걱정이 되 구입한 두께 10cm짜리 범퍼는 아주 훌륭했다. 침대에 묶어둔 범퍼는 아이가 잡고 일어나 흔들어도 꽤 잘 버티는거 같았다. 혹 침대 위치가 좀 애매할까 싶어 그 무거운 침대 위치도 몇번을 바꿔보고 겨우 이제 자리를 잡았다 생각 했다. 아이방과 우리의 방 문을 다 열면 누워서 침대 모서리가 얼핏 보이는 자리로 고정하고는 이제 다 됬다 생각 했다. 그렇게 분리수면은 성공하는 듯 했다. 최소한, 아이가 스스로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20개월이 지난 어느날 밤. 평소처럼 아이를 재우고 잠든걸 확인하고 침대에서 내려와 아이가 잘 자는지 한번 더 확인하고 침대에 누웠다. 그래도 혹시 몰라 온집안 불은 다 끄고 잤는데 갑자기 부시럭 소리가 나더니


타박.

타박.

타박.


아이의 발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랬고 아이는 당당하게 침대 옆에서 우리의 침대를 탁탁 쳤다. 올리라는 거였다. 내 인생에 모든 순간을 다 통틀어 가장 소름끼치게 무서웠던 순간이었다. 아이가 침대로 내려와 우리에게 왔다. 자는 줄알았는데 엄마가 없는 걸 확인하고 지 발로 침대에서 내려온것이다. 그리고 당당하게 나도 여기 올라가겠다 의사표시를 했다. 


망했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37개월인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 아이의 침대 매트리스를 바꿔 낮게 해줘봤지만 일단 아주 심각하게 깊게 잠들때까지는 내가 옆에 있어야 하고, 그마저도 내가 침대에 없다면 새벽에 깨면 당당하게 배개 들고 다시 우리 방으로 온다. 


컨디션이 쭉 안좋아서 한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진맥을 짚으신 선생님이 나의 일상을 이거저것 물어보시더니


아이랑 잠을 따로자야 하는데. 사람이 낮에 일하고 잘때 컨디션을 회복하는데 아이랑 같이 자면 예민해져서 컨디션이 회복이 안되지. 그러니 맥이 이 지경이지. 


나의 맥은 축 처지고 늘어져 있단다. 그래서 탠션을 올리는 약을 지어주신다 했다. 같은 곳에서 약을 지은 남편에게도 이야기 하셨단다. 아이와 분리해서 재우라고. 그게 말처럼 쉬운가. 나의 온기를 정확하게 읽는 아이다. 하지만 내 컨디션이 회복이 되야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의 건강한 삶이 확보되는 만큼 정말 오랜만에 따로 자기를 시도했다. 


그리고.

장렬하게.

망했다. 


아빠랑 자자... 하고 방에 들어간 아이는 세상 서럽게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 엉엉


뭐 그렇게 까지 서럽게 울 일인가. 목소리도 들리고 침대도 서로 다 보이는데. 하지만 아이는 잠을 따로자는 것 만으로 헤어진다 생각했다. 나의 분리수면은 그렇게 저 멀리로 떠나갔다. 우린 그렇게 함께 잔다. 오늘은 망했지만 내일은 성공할 지 모른다는 얄팍한 기대를 아직 버리지는 못했다. 


그래. 울지말고 차라리 건너와라. 그리고 또 그렇게 하루 하루 적응해서 하루는 바닥에서, 또 어느날은 다른 방에서 자는 그날을 우리 천천히 만들어보자. 그렇게 어느날. 떠나보내기도 서운한 그런날을 우리 함께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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