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를 한다고 붓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16주에는 조리원을 예약해야 한다는 말에 20주에 급히 조리원을 알아봤던 기억이 있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그러나 2주에 400만 원이나 하는) 시설 좋아 뵈는 조리원은 이미 마감이고 세 군대 정도 더 돌며 알아봤다.
나의 결론은 어차피 아가 케어는 거기서 거기고, 조리원 비용의 절대치는 시설비용에 들어가는 거고. 결국 난 마사지 같은 부대 서비스에서 선택한다.. 였다.
동네에서 거리는 좀 있지만 살짝 오래된 건물에 저렴한 비용+저렴한 마사지가 가능한 a
꼬불꼬불 가지 않고 집에서 길 따라 쭉 이동하면 되지만 뭔가 작고 오래돼 보이는 b
지하철 5~6개 정도 거리지만 새 건물에 새 시설인 개중 제일 비싼 c 사이에서 엄청 고민했다.
a와 c 사이에 고민하던 나는 비록 시설은 살짝 애매하지만 그래도 비용이 저렴한 a를 선택했다. 애 낳고 나면 한동안은 수입이 절대적으로 감소할 거고, 기왕 쓸 때 쓰지 뭐 라고 생각하기엔 난 그 절대적인 수입의 감소가 무섭다.
a는 저렴한 마사지로 유명한 만큼 나도 기대가 제일 컸다. 애 낳고 마사지를 얼마나 많이 꼼꼼히 받았는가에 따라 회복 속도도 다르다 했다.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도 컸다. 그래야 내가 산다.
조리원 마사지는 사전에 3번, 산후에 8번으로 잡혀있었고 산전을 미루고 싶었지만 그렇게는 안된다고 안 받으면 소멸하는 조건이라는 말에 알뜰하게 챙기기로 했다. 이미 몸은 탱탱 붓기 시작한 지 오래고 마사지로 일시적으로나마 붓기를 좀 가라앉히면 손가락 마디나 다리가 아픈 게 좀 낫지 않을까 싶었다.
배와 가슴, 골반, 발과 발바닥은 건들면 안 되니 뒷목부터 허리까지 등짝, 그리고 팔과 다리만 받는다.
뭔가 아쉽지만 자궁 수축을 자극할 수 있는 부위는 빼고 받는다니 어쩔 수 없다. 여하튼 어찌어찌 예약을 하고 드디어 2주 전부터 마사지를 시작했는데....
나의 아가는 정말 태동이 유별나서 초산이면 태동도 늦다는데 남들보다 한 2주는 일찍 시작한 데다가, 요즘은 한번 움직이면 막 온몸으로 내장을 훑고 다니셔서 뻐근하다 못하 아플 지경이다. 종일 앉아서 일하니 퇴근할 때 택시에서 몸을 좀 뒤로 기대거나 침대에 누우면 문자 그대로 난리가 난다.
엄마야. 왜 이제야 눞니!!!! 아가는 피곤하다!!!!!
를 온몸으로 외치시는 세상 씩씩한 아가시다. 그래서 사실 마사지도 걱정했다. 마사지하는 1시간 내내 아가가 요동치면 어쩌나. 그래서 몸이 풀리지만 거꾸로 더 힘들어지면 어쩌나. 우야 간 마사지는 누워서 받으니 애가 편안한 컨디션에 마음껏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상에. 나의 아가는. 마사지가 시작되면 아주 느리게 천천히 둥글둥글 움직인다. 마치 뭐 아는 양. 따끈한 베드에 헐벗고 누워 등짝과 다리를 누르고 있노라면 조용하다가 마사지사의 손길에 따라 슬슬 느긋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퇴근하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 악소리 날만큼 큰 움직임을 보이며, 팔다리 다 뻗대던 아가는 어디 갔는가.
이 작은 아이는 나의 감정과 컨디션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해 움직이고 있었다.
힘들고 피곤한 회사일로 텐션이 들어가면 본인도 피곤해서 짜증 내는 거였고, 따뜻한 데서 마사지받으면 몸이 늘어지면서 아이도 같이 늘어지는 것이다. 다른 산모들은 오래 누워있으면 힘들어하기도 한다는데, 나는 아이가 오래간만에 느긋이 움직여 주니 마냥 편안하고 고마웠다.
싸면 6~7만 원, 비싸면 20만 원까지도 한다는 비싸디 비싼 조리원 마사지를 즐길 줄 아는 아가 덕분에 나는 사전 마사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그렇다고 막 몸에 부기가 확 빠지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날 하루만큼은 좀 가벼운 몸의 컨디션이 유지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같이 늘어줘서 고맙다. 작은 인간. 덕분에 엄마가 좀 편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