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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Jun 07. 2021

집을 산지 3년이 되었다.

2018년 3월. 남편에게 선언했다. 


이달안에 계약 할거고, 상반기 안에 이사갈꺼야. 


남편에게는 난데없었을 저 워딩은 우리의 인생을 참 많이 바꿔놓았다. 



우린 평범한 커플이었다. 대출을 받아서 작은 투룸 빌라에 전세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가진돈은 많지 않았고 10평이 좀 넘는 작은 투룸에 가전제품은 냉장고, 세탁기 그리고 전에 살던사람에게서 산 15만원짜리 중고 에어컨이 전부였다. 그 흔한 양문형 냉장고도, 김치냉장고도, 청소기도 없이 조립식 가구 100만원어치와 냉장고 세탁기, 그릇, 혼자살때부터 쓰던 전자레인지, 엄마가 쓰시던 돌침대가 우리 살림의 전부였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살던 전세집의 이전 실거래 기록을 보게된 것을 계기로 나는 아파트 구매를 결심했다. 그리고 대략의 자금 조달 목표를 정하고난 후 문대통령의 첫번째 부동산 정책을 맞이하게 되었다. 70% 대출이 아니면 절대 집을 살 수 없는 여건이었다. 대출이 40%로 줄어들면 집을 살 수 없다는 의미였다. 


막연한 불안감에 시세를 계속 살펴봤고 영영 안오를것 같던 동네의 시세가 6개월만에 1억가까이 오르는 것을 보았다. 자주 연락하던 부동산 중개인 부장님으로부터 5억 미만의 경우 70%대출의 길이 있다는 말을 듣고도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사이 시세는 또 올랐고, 나는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전세계약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집을 사고 이사를 가겟노라고. 


힘들게 이사했다. 매수는 쉬웠지만 전세집 빼는 건 쉽지 않았다. 원래 돈은 쓰는게 쉽지 거둬들이는것은 힘든 법이었다. 가랑이가 찢어질것 같은 빠듯한 셋팅으로 25년된 아파트를 겨우 매수할 수 있었다. 


갭투자가 뭔지 알았다면 결혼할때 갭투자로 더 나은입지에 재건축 아파트도 살수 있었을텐데, 최소한 한번의 갈아탐으로 더 좋은 조건의 집을 매수할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은 요즘에나 하는 사치스러운 아쉬움일 뿐이다. 그때 집을 사지 않았다면 나는 불안감에 밤잠을 못이뤘을게 뻔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사는 아파트 시세는 8억원을 넘기고 있다. 같은 아파트 2층은 8.6억원인데 올수리 중층 이상은 10.6억에서 11억이 호가였따. 누가 이 아파트를 그돈주고 들어올까마는 지난해 이미 실거래 9억을 찍은 집도 있으니 어쩌면 누군가는 그런 의사결정을 할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세 시세가 우리집 매매가를 뛰어넘은건 이미 6개월도 더된듯 하다. 입주때 KB리브온 하위평균이 4.55억원이었고 지금은 8.1억원인것을 감안하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3.55억은 번셈이다. 여기에 우린 대출이 3억원 있으니 이제사 똔똔인거고. 


3년만에 살던 동네 지도를 다시 펼쳐보았다. 약간의 웃돈을 얹어주고 겨우 나온 전세집 뒤에는 비슷비슷한 빌라들이 또 수십채 올라오고 있었다. 신축 빌라의 전세금은 3억에서 4억을 호가했다. 내가 살던 전세금의 2배가 넘는 금액의 시세가 형성되어있었다. 신축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아마도 더 늦게 나왔으면 전세금 빼기가 더 힘들었겠지. 근처에 신축이 있으면 어차피 대출을 받을거 신축에 대출을 받고 말지 싶을 테니 말이다. 


나는 1000만원짜리 월세에서 1.75억의 전세를 거쳐 4.7억의 아파트 매매까지 넘어가는데 대략 3년이 걸렸다. 혼자서는 이뤄낼 수 없었을 일이다. 둘이 힘을 합하니 저렇게 드라마틱한일이 벌어진다. 그때 집을 안샀으면 어쩔뻔 했냐는 나의 말에 절친은 이렇게 보탰다. 


당신의 미래에 '안산다'는 없었어.
뭐든 샀을 사람이야. 그렇게 가만히 있었을리가 없어. 



그랬다. 뭐든 샀을것이다. 그건 틀림 없다. 


혼자사는 친구들에게, 특히 언니들에게 늘 이야기한다. 집을 사라고. 뭐든 사라고. 빌라가 좀 뭐하면 작은 평형의 아파트라도 꼭 사라고. 그렇게 말하고 다닌게 3년인데 안사는 사람은 여적 안사더라. 


마음이 허전할때 네이버 부동산을 열어 오늘의 시세를 확인한다. 그걸 팔아 캐쉬가 손에 들어올떄 까지 그돈은 내돈이 아님이 명확하나, 그래도 나는 마치 오늘 당장 부자인것처럼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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