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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Oct 25. 2021

2살 아기에게 아빠의 존재란?

비로소 아빠가 없으면 잠들 수 없다

나의 아기는 전형적인 엄마 껌딱지다. 엄마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잠이 들고, 자다가도 몇번이나 엄마의 존재를 확인한다. 아침에 눈을 떠 날 바라보고 있다가 "오모니~"라고 귀엽게 애교를 부리고, 품에 폭 안긴다. 아빠가 손이라도 잡을라 치면 "시어!"라며 손을 탁 빼버리기 일쑤였다. 엄마는 행복하지만 몸이 많이 힘들었지만 엄마껌딱지라 힘들다는 말을 할떄마다 "난 그것도 부러워"라고 말하곤 했다. 


아이를 잠들때는 어차피 아빠는 필요가 없었다. 100일 이전부터 내가 옆에 누워있기만해도 통잠을 자던 아이다. 아빠가 안으면 악쓰며 앙앙 울고. 아이에게 아빠는 '노는 존재'였고, 졸려서 뒤척거리면서도 아빠와 놀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통에 수면모드에 들어가면 남편은 일하는 방으로 가야만 했다. 잠시 아빠를 찾을지언정 바로 손가락을 빨며 잠들곤 했다. 아이가 잠들지 않을까봐 아빠는 쫒기듯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우리집의 나이트 루틴이었다. 아이가 완전히 숙면에 들어가는 그 순간이 우리의 진정한 육퇴였다. 육퇴후 잠시 유튜브 틀어놓고 집 좀 치우고 나면 그렇게 하루가 끝난다. 


방에 들어간 그도 놀지 않는다. 남편은 새벽에 일어나 일하는 일이 많다. 해외와 커뮤니케이션 해야하는 일도 잦고, 같이 일하는 파트너들이 올빼미가 많기도 했다. 물론 본인도 잠을 잘 못자는 편이고. 

그동안은 이 패턴이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최소한 지난주까지는. 


아이가 자다 새벽에 깨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한 최근 1주일. 당혹스러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아빠?"


하. 아무리 깊이 잠이 들었어도(아마도 깊게 잠드는 일은 이제 아이랑 함께 자는 동안 더이상 없겠지만) 저 소리만큼은 너무 잘들린다. 자가 깨서 내가 없는 옵션은 이 아이의 수면시간에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왠만큼 육퇴를 즐기고 나면 12시 이전에 아이 옆에 누우러 들어간다. 간간이 아이가 12시 이전에 깨는 일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나와도 내가 뛰어 들어가서 아이를 다시 안고 재우면 된다. 


하지만 아빠의 문제는 다른문제. 일단 아빠가 바로 들어올 수 없고. 아이의 아빠는 아이가 꺤 사실을 알 재간이 없고. 아이는 이미 벌떡 일어났고, 문열라고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우성을 쳐도 잘 못듣는다. 아이와 함께자는 안방과 남편이 일하는 방 둘다 문이 닫혀 있고, 하나를 열었다 한들 음악을 틀어놨거나, 누군가와 통화를(그새벽에!) 하고 있다면 어차피 못듣는다. 


그렇게 아이는 아빠를 향해 나가고, 주방에 켜놓은 작은 불조차도 눈이 부신 상황을 맞이한다. 물론 내가 뛰어나가 불을 끄지만....


"부켜~ 부켜(불켜~불켜~)" 


하고 운다... 운다... 운다...


지금 이 상황이 대략 5~6회 정도 반복되고 있고, 이쯤되면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 둘다 잠자리에 셋팅되어 있는 것이 디폴트인데, 아빠가 없으니 일어나서 그 셋팅을 완성하려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그나마 남편이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면 다행인데, 얼마전에는 거실 소파에서 자고 있더라. 새벽잠이 별로 없는 사람을 애떄문에 깨우기도 너무 난처한일... 아빠가 보이는 자리에 일단 엎드리고 보는 아가를 말릴 길이 없어서 방에서 황급히 이불을 가져와 바닥에 두툼하게 깔고, 아이를 그 위로 올렸다. 혹여 추울까 보일러도 좀 올리고. 난 애를 두고 혼자 방에서 잘수 없어 그 옆에 나란히 누워 쪽잠을 잤다. 자다 깨서 이 꼴을 본 남편도 너무 놀라고. 


아이는 계속 자라고 패턴도 변한다. 혼자서도 잘 자던 아이였지만, 자의지가 생기고, 혼자 걸어서 침대를 내려올 수 있게 되면서부터 저벅저벅 침대를 내려와 당당하게 안방을 자신의 잠자리로 낙점한 아이다. 수면교육이 다 무슨소용인가. 최소한 우리집에서는 아이의 자의지를 뚫고 나갈 수 있는 수면교육은 없었던 셈. 내가 같이 아이 침대에 누워있어도 소용이 없었다. 당당하게 안방으로 걸어가 침대를 탁탁 치며 '여기서 잘것이니 날 올려라'고 의사표현을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저상 패밀리침대를 살것을, 우리는 아이에게 데이베드를, 나는 예전부터 쓰던 돌침대를 고수하는 중. 아이가 혹여 떨어질까봐 전전긍긍 하며 자기 시작한게 얼마던가. 그래도 나만 있면 수면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빠가 방을 떠나도 한가하게 "빠빠이"를 외치던 아기가 이제는 아빠가 침대를 떠나면 운다. 급기야 자다 깨서 아빠가 없으면 아빠를 찾으러 나가기 시작했다. 


남편이 늘 부러워하던 딸과의 애착관계가 이렇게 형성되기 시작하는건가. 

이제. 제발. 아빠랑도 잠들어주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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