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번째 수술을 준비하다

갑상선 결절 제거 수술기

by 김옥진

건강검진을 했고 갑상선에 결절이 예전보다 커졌다고 해서 큰 병원에 갔고, 복잡한 조직검사 끝에 수술이 결정되었다. 수술 전 확인을 위해 CT 찍고 목 검사하고 이런저런 절차와 과정을 거쳐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은 2~ 3시, 퇴원은 9~11시. 호텔 시스템이다. 입원 전 코로나 검사를 위해 병원에 들렀고, 여느 때와 같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옷 갈아 입혀 차에 태웠다. 아이는 출근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리라. 하지만 그런 아이의 기대와 달리 병원에 내렸다. 아이에게 미리 몇 차례 이야기했었다.


엄마가 목이 아파. 그래서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와야 해
그래서 엄마가 병원에서 네 밤 자고 올 거야
아빠랑 싸우지 말고 잘 놀고 있어


아이는 그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는 듯했다. 어느 날은 자기도 같이 병원 가겠다며 "병원 가 병원 가"라고 말하며 현관 앞에서 울었고, 어느 날은 소꿉장난하듯 내가 아프다는 목에 "주사 꼭~ 약 바르고 밴드 붙이고" 호~ 해주었다. 알아듣는 거였다. 엄마가 병원 가서 자고 온다니 자기도 같이 가겠다는 거고, 아픈 몸에 주사도 약도 자기가 다 해줬으니 다 나았다는 거다. 가지 말라는 명확한 사인이었다. 그런 아이의 기대를 저버리고 나는 거침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뒤에서 자기도 내린다며 아우성치는 소리를 뒤로하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 슬픔은 아니었지만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코로나 검사 전 병원에서 사전 문진 같은걸 했고 대형마트, 교회, 병원, 대중목욕탕 등을 다녀온 적이 있느냐 물으셨다. 코로나 검사 후에 목욕탕에 갈 알량한 생각을 하던 나는 시겁해서 "목욕탕... 안 되나요?" 했더니 지금 확진자도 너무 많고 그래서 가능하면 지금 이후에는 안 가시는 걸 권한다고 간호사 선생님이 간곡히 말리셨다. X레이 찍고 코로나 검사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짐을 다시 챙겼다. 마침 아이가 어린이집 가기 직전이라 엄마 아빠 두 손 잡고 어린이집에 갔는데, 선생님한테 매달리는 모습이 여느 때와 다르다. 선생님께 제가 작은 수술을 해야 하고, 아이도 그걸 안다고 그래서 오늘 좀 칭얼댈지도 모른다 했고 선생님도 알았다고 아이 걱정 마시고 수술 잘 받으시라고 말씀해주셨다.


코 시국의 입원은 외롭다. 보호자가 외출을 못하고 상주하거나(외출할 때마다 2만 원 내고 코로나 검사받아야 함), 약간의 간호가 포함된 병동으로 들어가는 2가지의 옵션이 있다.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어질 병원의 조치라 심히 이해가 가는바. 나는 간호가 포함된 병동을 선택했다. 아이가 어리고, 굳이 별도로 보호자가 상주해야 할 상태는 아니라고 셀프로 판단했다. 병원에 들어가 수술동의서에 사인받을 때까지, 딱 그 순간까지만 보호자와 함께 있을 수 있다. 수술동의서에는 다양한 설명이 있지만, 사실 그걸 한 번에 뭔 의미인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비급여 항목으로 20만 원 상당의 2건이 발생할 예정이라는 것과, 수술 후 하루 정도는 좀 아플 수 있다는 점 정도.


나 느낌 왔어. 이거 아파봤자 제왕절개보다는 덜 아플 것 같아


설명해주시던 레지던트분이 웃으시면 그러실 수도 있다고 했다. 덜 아프댔지. 안 아프다고는 안 했다. 그렇게 짐을 방에 던져두고 나는 신랑과 안녕했다. 신랑의 출장으로 집을 비운 경우는 많아도 내가 집을 비운 경우는 많지 않았다. 둘 다에게 새로운 미션이 시작되는 날이다.


KakaoTalk_20211210_133935685.jpg 입원복, 안미끄러지는 슬리퍼 핏팅 완료


옷을 갈아입고, 가지고 온 짐 중 수술 후 빠르게 쓸 짐들을 미리 빼두었다. 걱정이 병인 성격이라, 짐이 참 많았다. 물론 가지고 온 것들 대부분은 안 썼고(그럴 줄 알았다). 옷 갈아 입고 일단 누워봤다. 왜 입원 준비물에 배게와 이불이 있는지 이해가 바로 되었다. 돌침대에서도 자던 난데, 뭘 거추장스럽게 베개까지 챙기냐 했지만 오산이었다. 병원의 침상은 뭐랄까, 딱딱한 것도 부드러운 것도 아닌 이상한 질감이었다. 아마도 스티로폼 같은 것에 인조가죽으로 커버를 씌우고, 그 위에 다시 면포를 덮은 형국이었으리라. 이 베개와 이 매트 위에서 자면 분명 몸이 아플 거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질감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앉아있으니 간호사분이 오셨고, 혈압과 체온을 확인하고 정맥주사를 놓을 자리에 큰 주삿바늘을 꼽았다. 나. 저거 안다. 다른 주사를 앞으로 계속 꽂을 예정이라 미리 꽂는 두꺼운 바늘. 꼽을 때도 아프고 뺼때도 아프고 입원 내내 하고 있어야 하는 비운의 주사. 제왕절개 할 때 해봤다. 그때보다는 좀 가는 주사였지만 아프기는 매한가지. 알레르기 검사용 주사도 박빙. 지금 생각하면 이것이 아프다 말할 정도로 나는 이때 여유로웠다.


KakaoTalk_20211210_133954571.jpg 코로나로 인해 모든 병상은 커튼을 쳐야한다.


헤드폰을 꼽고 영화도 보았고, 늦은 밤 그리고 새벽에도 끊이지 않는 혈압과 체온 체크도 담담하게 지나갔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 수술시간이 다가왔다. 모든 속옷 액세서리 다 벗고 수술복으로 갈아입는데 조무사분께서 피가 묻어있는데 생리하세요?라고 하셨다. 예? 제가요?


아뿔싸. 그렇게 바리바리 다 챙겼는데 생리대를 안 챙겼다. 예정보다 3일이나 빠른 시작이었다. 나는 날짜가 매우 정확한 편이었고(물론 그럼에도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한 거 맞다) 예상대로였으면 퇴원하는 날 시작해야 하는데 이런 난감할 때가. 나는 첫 수술이고 지금은 7시가 좀 넘어간 시간이고, 7시 30분이면 나는 이상한 침상 위에 누워 수술실로 이동해야 하는데 지금 생리대가 없다. 간호사분께 이사태를 어찌해야 할까요? 했더니 조무사분이 내려가서 사다 주실 수 있으시다고. 그사이 나는 빠르게 올리브영 픽업으로 결제를 해두었다. 남편 가서 찾아오시오! 문자 남겨두고. 분명 수술 끝나면 난 정신이 없을 것이니까. 지금 해놔야 했다. 그렇게 긴박한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수술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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