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결절 제거 수술기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대기실 같은 곳이 있다. 수술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언제나 제일 먼저 떠오르는 순간이 제왕절개 수술이었다. 한 번도 수술을 경험해보지 못한 나는 대기 중 그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던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 수술실은 엄청 추웠고, 나는 바람이 숭숭 통하는 수술복을 입고 있었다. 몸에 착 감기는 옷도 아니고 그 버석버석한 옷을 입고 하반신의 감각이 사라지는걸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내 몸이 마치 어디 아주 깊은 곳을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나도 무서웠다. 아이가 나오는 순간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보다는 이 공포감을 빨리 없애주기를 바랐다.
너무 무서워요. 저 차라리 재워주세요.
그렇게 잠들었다 눈을 떠보니 아가가 울고 있었다.
이번 수술은 그래도 수술실까지 가는 경험에 대해 약간의 정보는 미리 받을 수 있었다.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 갑상선 수술을 한 사람의 후기를 적은 블로그 글들을 읽으며 이런 프로세스로 내가 수술을 받게 되는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 그때 가장 안도한 것이 수술 대기실이었다. 대기실 역시 추울게 뻔했고, 그곳에서 역시 말도 안 되게 버석버석한 수술복을 입고 누운 환자에게 따뜻한 포가 제공되었다. 아마도 침상을 덮을 때 쓰는 시트 같은데, 시트를 온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환자가 오면 그 위에 덮어주었다. 그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아는 곳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온포(?)를 덮고 있으면 간호사분이 오셔서 개인정보를 확인한다. 사실 여기서만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 들어오는 모든 순간에, 외래 환자로 의사를 만나기 전, 의사와 마주한 첫 대화는 다 같다.
성함과 생년월일 말씀해주세요
미친 듯이 귀찮고, 차트와 기록들에 쓰여 있겠지만, 그들을 나를 만나는 모든 순간에(심지어 식사시간에도) 끝없이 확인한다. 수술 대기실에서는 수술 부위와 혈액형도 물어본다. 어느 간호사분이 그 러셔다. 이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아마 수술방에 가서까지 계속 확인하는 절차가 있을 것이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확인이겠지. 혹여라도 사람이 바뀌거나 잘못된 처치를 하면 절대 안 되는 순간이니까. 하루에 6번씩 혈압과 체온을 잴 때도 나의 이름은 확인차 부르는 것을 알고 있다. 유일하게 나의 이름을 묻지 않는 순간은 레지던트 분이 와서 컨디션 체크할 때뿐이었다. 물론 커튼을 열고 들어올 때는 이름을 묻고 말이다. 침상에 적혀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혈액형과 수술부위를 대답하고 따뜻한 포에 감싸 진 채로 수술방에 들어갔다. 수술방에 들어가는 느낌은 가히 유쾌하지 않다.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고 이동해야 하는데, 뭐랄까... 수술 공장에 끌려가는 느낌이랄까? 다들 앞에서부터 착착 각자의 수술방을 찾아들어가고 생각보다 수술방은 매우 많았다.
나는 7번 수술방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수술용 베드에 옮겨졌다. 등으로 묶여있는 수술복을 풀어 누이셨고,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는 간호사분이 등에 있는 타투를 발견하셨다. 수술부위인 목이 앞쪽이라면 그 반대편에 있는 타투였고 적지 않게 당황하셨다. 사전에 수술동의서 받을 때 타투에 대한 안내받으셨냐고 물으셨고 난 그렇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굳이 내 몸에 뭐가 그려져 있는지 미리 말할 필요는 못 느꼈달까. 내가 하는 수술의 특성상 붉은 잉크 부분에 아주 낮은 확률로 화상이 생길 수 있다고 하셨다. 사전에 고지받았어야 하는데 피차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으리라. 알았다고 했다. 어차리 설령 화상이 생긴데도 피할 방법도 없는 순간이다. 나는 베드에 묶여있고(진짜 리터럴리 묶여있다. 팔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바짝 조여놨고, 내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몸에 딱 맞게 배드를 조정하신다) 어차피 수술방에 누워있는 꼴이니 말이다.
프로포폴 120ml 들어갑니다
라는 말과 함께 나는 잠들었다. 눈떠보니 회복실이었고 뭔가 온몸이 뒤틀리는 듯한 불편함이 있었다. 계속 팔다리를 움직이게 되었고 온몸이 간질거렸다. 목은 누군가가 조르는 듯 답답했다. 미리 안내를 받긴 했지만 그게 이런 느낌일 줄은 몰랐다. 목을 누르는 듯한 압박감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30분을 회복실에 있다가 병실로 왔다. 회복실에서 가스가 나왔고, 나는 그 와중에도 '아. 몸이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구나' 안도했다. 아침 7시 30분에 대기실로 내려갔고, 회복실에 온 게 10시 30분. 수술은 아마도 9시 다돼서 시작했을 테니 아마도 수술은 대략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거 같았다. 길게는 5시간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아마도 큰 이벤트 없이 빠르게 수술이 마무리된 거 같았다.
대부분의 수술 후기에는 수술 후 4시간 동안은 잠들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아무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 수술 전 동의서 설명할 때 2가지 정도 비급여 항목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중 하나가 마취와 관련 있는 항목이었던 것 같다. 딱히 말리는 사람도 없고, 그래야 한다는 고지도 못 받았고. 물리적으로 걸을 수는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졸았다. 입맛도 딱 없고 다 귀찮아서 간호사분이 준 아이스팩을 목에 끼고 졸았다. 잔 게 아니라 졸았다 말하는 건 주위에서 나누는 이야기도 다 들렸고 그만큼 부산해 숙면이 어려웠다는 뜻. 황서방이 챙겨준 물건이 도착했고, 그래도 자고 일어나니 좀 컨디션이 나아졌다. 배는 괜찮은데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수술 전까지 나는 그냥 사람이었는데, 수술을 하자 비로소 환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