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by ocasam

밤새 빗줄기가 참깨 털 듯

꽃잎들을 얼마나 두드려댔는지

길을 메운 향기를 밀쳐내느라 발걸음이 더디다.


싱그런 나무향이며 땅에서 김처럼 올라오는 흙내음

얼굴을 스쳐간 심심한 바람이 코 끝에 묻혀놓고 간 향기

솔가지에서 톡톡 떨어지는 솔향 묻은 녹색 물방울

호사스러운 선물들을 얻었으니 참말로 운수 좋은 날이다.


둥지에 갇혀 답답했던

회갈색 비둘기 한 마리가

한옥타브 목청을 높여 호들갑스럽게 소리 지르며

산등성이를 향해 쏜 화살처럼 튕겨나간다.


실눈을 뜨고

비둘기가 사라진 하늘을 바라본다

'화양연화...... 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이군.'


별거 아닌 게 별거일 수 있고

별거인 게 별거 아닐 수도 있는

수수께끼 같은 신비로운 삶은 계속되리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