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빗줄기가 참깨 털 듯
꽃잎들을 얼마나 두드려댔는지
길을 메운 향기를 밀쳐내느라 발걸음이 더디다.
싱그런 나무향이며 땅에서 김처럼 올라오는 흙내음
얼굴을 스쳐간 심심한 바람이 코 끝에 묻혀놓고 간 향기
솔가지에서 톡톡 떨어지는 솔향 묻은 녹색 물방울
호사스러운 선물들을 얻었으니 참말로 운수 좋은 날이다.
둥지에 갇혀 답답했던
회갈색 비둘기 한 마리가
한옥타브 목청을 높여 호들갑스럽게 소리 지르며
산등성이를 향해 쏜 화살처럼 튕겨나간다.
실눈을 뜨고
비둘기가 사라진 하늘을 바라본다
'화양연화...... 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이군.'
별거 아닌 게 별거일 수 있고
별거인 게 별거 아닐 수도 있는
수수께끼 같은 신비로운 삶은 계속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