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고도 반갑도다

by ocasam

현관문이 열리면

빛의 속도로 달려오는 작은 생명체가 있습니다.

왔다가 다시 가고 갔다가 다시 옵니다.

반가움을 주체하지 못해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동작인가 봅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내 앞에 배를 까고 벌러덩 누워버리는

40만 원에서 40조의 가치로 상승한 우리 집 강아지 '포티'입니다.

포티일러스트.png

38.6에서 39.2도의 체온을 가진 이 작은 생명체는

나에게서 무한한 사랑을 이끌어내고

그 자리에 무한한 행복을 채워줍니다.

내가 외출을 하려고 신발을 신으면 빠르게 눈치를 챕니다.

앞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문 뒤에 앉아 있습니다.

나에게 고정된 시선은 움직임이 없습니다.

숨을 쉬고 있는지 의심될 지경입니다.

슬픈 그 모습이 애처롭기 짝이 없습니다.

현관문이 닫히면 포티의 모습은 사라지고 내 마음이 짠해지다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다시 편안해집니다.


만나고 헤어지고 헤어지고 만나는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나는 모릅니다.

그러나 닥치지 않은 일은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때 가서 생각하려고 합니다.

오지도 않은 일을 생각하는 에너지를 강아지에게 쏟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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