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지은 사람이 나오는 뉴스 화면을 보며 분노를 느낍니다.
자식 앞에 앉아서 눈에 쌍불을 켜고 생선 가시를 발라냅니다.
숟가락에 담긴 뜨거운 음식을 호호 불어 아기에게 먹여 줍니다.
부모나 자식 잃은 인터넷 기사를 보면 마음이 짠하고 아픕니다.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가는 강아지를 안쓰럽게 쳐다봅니다.
불행에 빠져 있는 친구 앞에 앉아서 오랫동안 말없이 바라봐줍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너무나 많이 변해 있을 때 세월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길 위에 말라 비틀어 죽어 있는 지렁이를 본 후에 한참 동안 지렁이 생각이 납니다.
강의가 끝나는 날 학생이 나에게 찾아와 그동안 고마웠다고 작은 소리로 속삭여줍니다.
누군가에게 꾸지람을 듣고 풀이 죽어 있을 때 말없이 어깨를 한 번 토닥이며 지나갑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모르는 사람의 등에 붙은 머리카락 한 올을 말없이 떼어 줍니다.
못 된 사람이 나오면 인상 쓰고 욕을 하면서도 할머니는 연속극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자식새끼와 먹고 사느라 젊은 시절을 몸부림치며 살아온 당신이 정말 장하다고 말해 줍니다.
물가에 홀로 서 있는 백로나 하늘로 날아가는 한 마리의 작은 새를 보며 참 쓸쓸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머니와 젊은 아들이 운영하는 조그만 식당 앞, 익은 고기가 온기를 위해 돌아가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는
바베큐 통 안의 푸석해 보이는 고기들이 꽤 긴 시간 동안 그대로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무거워졌는데
돌아오는 길에 보니 자리 몇 개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앞으로도 장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트럭 위, 하루 종일 한 바구니도 못 팔았을 것 같은 수북이 쌓여 있는 참외 더미 한 켠에 앉아 졸고 있는 아주머니가 걱정됩니다.
많이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나를 보고 큰 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사라지고 난 후에 그 사람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음에 만나면 전보다 두 배로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마구 생기며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자부심도 생기고 기분이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