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쵸코, 엄마도 모른다.
고향은 30cm*40cm 유리상자
처음 몸값 40만 원, 몸무게 600g
주인은 이제 정이 들어 수천억을 준다 해도 팔 수 없다 하지만
그건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는 일
먹을 것과 비바람 걱정 없이 안락하게 살고는 있으나
날고뛰어봤자 죽을 때까지 노예 같은 개신세
내 이름은 검둥이
유황 먹은 오리와 능이 요리가 유명한 백숙집에 산다.
족보 따위는 없고 이래 저래해서 이 집에 오게 된 그저 그런 똥개
주차장 한쪽 구석에 철물점에서 사 온 플라스틱 개집이 있다.
지붕은 파랗고 몸통은 벽돌색, 전세도 사글세도 아닌 온전한 단독주택이다.
헉헉 숨이 막히는 길고 긴 여름날 오후
그늘을 만들어 주기 위한 주인님의 크나큰 배려로
심은지 몇 년 안 되어 보이는 대추나무 아래 나를 묶어 놓았다.
심심한 파리 네댓 마리가 능이버섯 백숙이 담긴 밥그릇과 내 눈 주변을 오락가락하며 윙윙대고 있다.
서너 가닥의 개털이 둥둥 떠다니는 물그릇 위에 대추나무 성근 이파리 사이에서
깨진 유리 조각 같은 햇살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내 이름은 백구, 명색이 진돗개
족보도 있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그 유명한 개
들판에 있는 두 동의 비닐하우스를 지키는 일이 내 일이다.
하우스 옆에는 가로 세로 2미터 철창살로 된 집이 있다.
그 흔해빠진 비닐쪼가리 하나 두르지 않은 철창도 집이라고
엄동설한 칼바람이 몰아치는 밤이면 의지삼아 들어가게 된다.
조금만 움직여도 얼어버린 몸과 영혼이 바삭바삭 부서져 버릴 것 같아
콩벌레처럼 웅크리고 앉아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밤을 지새운다.
약하고 게을러빠진 아침햇살이 비닐하우스 등에서 반짝일 때쯤이면 허기가 밀려온다.
비틀걸음으로 집을 나와 땅땅 얼어버린 물 양동이에 머리를 처박고 얼음 표면을 혀로 살살 핥는다.
나는 늘 그것이 궁금했다. 비닐하우스에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보물이라도 들어 있는 것일까
허허벌판에 묶어 놓고 얼마나 추워야 개가 얼어 죽을 수 있나를 시험하고 있는 것 같은 주인의 심보를
나로서는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모진 목숨
차마 죽지 못해 살아가는 견생들
후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 취급을 받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