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조금씩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by 어른돌


화요일 오후, 종각에서 지인과 저녁을 먹고 헤어지니 저녁 8시. 바로 집에 들어가긴 뭔가 헛헛하고 가방엔 노트북도 잡지도 공부할 스페인어 교재도 있었기에 근처 카페를 가기로 한다. 그래서 자리 잡은 곳이 종로 2가에 사거리 근방에 위치한 할리스.


예전에 이곳은 맥도널드였다. 대외활동 모임에 흠뻑 빠져있던 십수 년 전 대학시절, 우리 만남의 장소는 보통 종각역 '피아노거리'였고 밤새 술이라도 마시는 날엔 이곳에서 아이스크림을 시켜놓고 폐인처럼 첫차를 기다렸다. 토익학원을 다니고 졸업 후 취업 스터디를 할 때도 이곳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토익 후기, 취업 원서 이야기나 면접 후기들을 훔쳐 듣다 보면 어느샌가 내 손엔 햄버거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해서 화장실은 더러웠고, 올라오기 힘들긴 했지만 아래층보단 위층이 조용해 오래 앉아았어야 하는 날이 되면 꼭 3층까지 올라왔었다.


시그니처와 프리미엄 블랜드 원두 중 무엇을 택하겠냐는 알바의 질문에 시크하게 '시그니처'라고 대답한 후 아메리카노를 받아 4층까지 올라왔다. 맥도널드 시절과는 달리 1층이 제일 한가했고 층을 올라올수록 사람들이 많아졌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줄어들었고 독서실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스탠드형 태블릿, 두꺼운 전공교재, 미니 스탠드. 저마다의 작은 세계 안에서 각자의 미래를 향해 달려 나가는 젊은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문득 '낯섦'을 느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 역시도 여기에 섞여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청년이었는데, 아니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문득 이 곳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듯 책상 하나에 몸을 포개 넣는다. 덤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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