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서른여덟 (feat.8년 전 칼럼 회고록)

by 어른돌


동아일보_돌아온 취업 시즌… ‘꿈과 현실 사이’_A33면_2012-08-24.jpg



칼럼을 쓴 지도 벌써 8년이 다 되어간다. 2012년 여름, 동아일보에서 인턴을 하던 중 좋은 기회가 있어서 <돌아온 취업 시즌… ‘꿈과 현실 사이’>란 칼럼을 쓰게 됐다. 이제 보니 갓 서른이 된 취업 준비생의 '투정' 같지만 당시 멘탈 상태는 상당히 심각하긴 했다.


사실 신문에 공식적으로 칼럼을 내고 나니 내 꿈을 공표한 것 같아 더욱 치열하게 도전했다. 칼럼을 낸 2012년 8월 무렵부터 난 언론사 취업 스터디를 시작했다. 그해 인턴십이 동아일보의 종합편성 채널인 채널A의 기자와 PD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융합형으로 진행했던지라 딱히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두 직군 모두 준비했다. PD와 기자는 준비 과정이 거의 비슷했기에 신문 읽기, 시사이슈, 기획안 작성, 논술, 작문, 방송학 등 다양한 종류의 언론사 입사 스터디를 여러 개 진행했는데, 막상 6개월쯤 지나니 부쩍 들어버린 나이에 대한 부담감이 밀려왔다. 결국 이듬해 봄, 꿈과 거리가 가까운 듯 먼, 언론사 경영 부서에 자리를 잡게 됐다.


같이 합격하고 교육을 받은 동기들이 일선 현장에 배치돼 교육을 받고 취재기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바라만 볼 순 없었기에 입사 후에도 계속 스터디를 하며 재취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2년 정도 지나자 동력을 잃고 이내 주저앉았다. 설상가상으로 시간이 지나니 그렇게 앉기 싫던 회사의 자리도 안락한 소파처럼 느껴졌고, 삶의 주안점을 ‘회사 밖’에서 찾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큰 이슈가 없는 회사의 내 자리는 '득'이 됐다. 꿈에서 좀 멀어졌지만 어느 정도 보장되는 워라밸, 모나지 않은 직장 동료들, 내 능력을 생각보다 높이 평가해준 상사들과 함께 일을 하자니, 성과 압박에 비인간적인 모욕을 당하며 돈을 버는 대기업 친구들의 모습이나, 매일 피로감과 압박감에 시달리는 기자나 PD 친구들의 모습이 결코 부러워 보이지만은 않았다. 그들의 한숨은 내가 그냥 이 자리에 가만히 있어야 할 이유였다.


달콤한 꿈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없진 않았다. 그나마 내 능력을 좋게 봐준 부장을 만나 쓰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어보기도 했고,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홀로 해외 취재를 다녀오기도 했다. 높은 사람을 가까운 곳에서 모시는 일, 건강식품 브랜드를 마케팅하는 일, 각종 포럼과 시상식을 개최하는 일, 아이들이 참여하는 캠프를 준비하는 일… 어느 하나 일관된 일은 없었지만 인생에 가장 중요시 여기는 가치인 ‘경험’도 쌓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서른여덟이다. 2012년 칼럼에서 일개미라고 표현했던 친구는 어느새 대기업의 과장이 되어 해외 연수도 다녀오는 등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연락을 자주 주고받진 못하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며 상호를 네 차례나 바꿨다는 선배 역시 여전히 도전을 진행 중인 듯하다. 8년 전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는 얼핏 그럴듯한 회사의 있어 보이는 부서에 있지만 사실상 마약같이 편한 현실에 눌러앉아버린 꼴이 됐다. 편하지만 불안하다. 꿈을 향해 살라고 말했던 당시 선배들의 말은 그리 틀리진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제일 부러운 친구들은 가슴 뛰는 일을 하거나 혹은 평생 직업을 찾았거나 한 녀석들.


“여기저기 묻지 마 식으로 지원하면 후회한다. 나이 서른 돼서 퇴직하고 백수 된 애들 진짜 많아. 첫 직장이 중요하니까 역량과 적성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입사해.”


아무튼 나 역시도 그렇게 해서 입사한 첫 직장에서, 적성에 딱 맞지는 않지만 적당히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 적당히 일을 하고 있다. 7년 동안 그 적당함과 편안함을 누렸으니 이제 와서 꿈과 멀어진 것을 탓하는 것은 도리가 아닐 듯하다. 하지만 하나뿐인 젊음과 시작해보지 못한 내 꿈이 이뤄냈을 가상의 결과물들,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었을 기회를 상상하니 지나온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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