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배웅은 재회가 없기도 했다

그리움을 '갱신'하자

by 어른돌


그날은 그냥 평범한 날이었다.


3개월에 한 번씩 가는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았고

미루고 미루던 내시경 검사 예약을 했다.


점심엔 병원 때문에, 저녁엔 약속이 없어 혼밥을 했고

제주 여행 때문에 한동안 단절됐었던 헬스장에서 땀을 흘렸다.


혼자 코인 노래방에서 8곡을 내리 부르고

회사 앞에 새로 오픈한 프랜차이즈 전문점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는 것이었다.


작가가 언젠가 겪었을 이별에 공감하다 울컥,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대니 생각에 또 울컥.

멀리 떠나던 날 배웅하고 돌아가던 부모님의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하며 한번 더 울컥.



'어떤 배웅은 재회가 없기도 했다'

이 짧은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곱씹었다. 되새겼다.


어떤 그리움은 지척에 있어도 보지 못하고

어떤 그리움은 바다 건너 있어 재회할 수 없다.

또 어떤 그리움은 날 잊었다.


이 모든 그리움들과 재회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굳이 머릿속에 텍스트로 각인시킨 적 없었기에

난 저 짧은 문장 근처를 그토록 맴돌았나 보다.


또래에 비해 체중이 많이 나갔던 나는

아침 등교시간에 운동장을 5바퀴씩 돌아야 했다.

6학년 때 담임을 맡으신 이영복 선생님이 내린 특명이었다.

1996년 2월, 초등학교 졸업식 날 선생님과 칠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는 보지 못하였다.


2010년 여름 보스턴 출장 당시 물심양면 우리를 케어해줬던 범준 이형은

Umass Boston 운동장에서 뉴욕행 버스를 타는 우릴 배웅해줬다.

서울 오면 다시 만나자고 했지만 역시 다시는 보지 못하였다.


많은 이들의 마지막 모습은 졸업식, 결혼식 등

그들이 가장 아름답던 순간에 멈춰있다.


지극히 평범했던 그날은

결국 모든 그리움으로 물들었다.


언젠가 좀 더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그리움을 '갱신' 해야겠다.


그리운 사람들을 하나둘씩 곱씹어보고,

그들에게 어울리는 선물도 하나씩 사서,

그들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장소로 찾아가는 프로젝트.


또 모르지. 누군가 역시 나와의 재회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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