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고 느끼고 행동하는 대로 살아간다.
"둥, 킹덤 봤어?"
아내가 갑자기 묻는다.
킹덤이라.
몇년 전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좀비물이다.
아내의 추천에 나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어, 나도 봤어. 약간 용두사미였나? 뒷 부분은 안 본것 같아."
시니컬한 반응에 아내는 김이 빠진다.
"킹덤 리액션 영상"을 보다가 내 생각이 궁금했나보다.
잠시 지나간 짧은 대화였다.
그런데 뇌리에 멈칫하는 포인트가 있었다.
나는 비판적인걸까.
냉소적인걸까.
그저 잔뜩 꼬인 트집잡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닐까.
아내와 짧은 대화가 긴 생각으로 이어진다.
우리가족은 주말 저녁마다 영화를 본다.
늘 새로운 영화를 고르다보면
좋은 영화가 걸릴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박물관은 살아있다를 본 날이었다.
아내는 영화의 좋았던 점을 외며 만족감을 뿜뿜한다.
아이들도 서로 재미있었던 장면을 실감나게 흉내낸다.
나는 그렇지 않다.
어색했던 부분, 앞뒤가 맞지 않은 부분, 불편한 묘사가 먼저 걸린다.
결론이 어떠냐 묻는다면, 나쁘지 않았다 정도다.
다른 영화를 볼 때도 대부분 그렇다.
언젠가 "전혀 나쁜 점이 없었는지." 아내에게 물은 적이 있다.
의외로 아내도 나와 큰 차이가 없었다.
불편한 지점, 어색한 전개...
내가 느낀 단점을 아내도 비슷하게 짚었다.
다만 뒷덜미를 잡는 단점을 함께 느꼈지만
아내는 거기에 발목잡히지 않고 영화를 즐겼다.
딸도 아들도 모두 진창을 피해 즐겼는데,
나만 뻘밭을 질척이며 불쾌해 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단 영화만이 아니다.
삶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는 향기가 가득한 꽃길을 즐기고,
다른 누군가는 꽃길 사이 흙을 피하느라 진땀을 뺀다.
화사한 꽃도 달콤한 향기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직업의 특성 상 사업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
업종, 규모, 사업의 부침...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나지만
매력있고 성취하는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매사에 호기심을 갖고,
장점에 집중하고,
상대를 긍정하며,
진심으로 공감한다.
나이와 성별은 무관하다.
밝은 에너지를 먼저 보는 사람들은
밝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보고, 관심을 기울이고,
느끼고, 행동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영화 한 편에서도 트집거리를 찾으려 매달리는 나를 본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
꼼꼼함을 가장한 집요한 트집.
단점을 찾고 찾는 까탈스러움.
"잠수함 장교"라는 핑계에 숨어, 참 피곤하게 굴었다.
재미있게 잘 봤던 "킹덤"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본다.
연기도 좋았고, 스토리도 좋았다.
바쁜 와중에도 밤잠을 줄여 정주행 했던 좋은 시리즈였다.
용두사미는 취소한다.
좀 더 긍정적으로,
한층 여유있게,
훨씬 밝게 세상을 봐야지.
내가 세상의 장점을 봐주지 않는데,
세상이 나의 장점을 봐줄리 없지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