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레고놀이 하자

D+2261 둘째

by 바다별

함께 살면서 둘째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아빠, 레고놀이 하자!

둘째는 레고를 좋아한다. 레고를 좋아하는 내가 의도적으로 노출시킨 영향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레고를 가지고 놀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 레고는 혼자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다. 완성된 작품을 함께 가지고 노는 것보다 이것저것 부수고 만드는 과정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도 어릴때 하루종일 앉아서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을 수도 없이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둘째가 말하는 “레고놀이”도 완성된 작품을 개조하거나, 자투리 부품으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놀이다.

그러다보니 뭐든 뚝딱뚝딱 만드는 아빠가 꼭 필요하다. 아직은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기에는 실력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번 주말도 어김없이 나를 찾는다.

“아빠, 레고놀이 하자!”


레고 바구니를 들고 거실로 나오는 둘째.

이쯤되면 피할 수 없다. 잠시 아이와 함께 레고놀이를 하다가 남아있는 할 일이 있어서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그런데 이게 왠일?! 둘째가 나를 찾지 않는다. 분명히 내가 빠진 걸 알고 있을텐데, 거실 테이블에서 일하고 있는 나를 데면데면 지나치곤 레고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이제 어지간한 것은 혼자서도 만들 수 있어서일까?

습관처럼 “레고놀이 하자”며 나를 찾지만, 사실은 나 없이도 잘 놀 수 있는 때가 다가오나 보다.




갑자기 턱 하고 주어진 주말낮 시간.

첫째는 책을 읽고, 둘째는 레고를 가지고 논다.

그렇게 원하던 장면인데, 육아독립이 아니라 나만 따돌림 당하는 것 같은 서운함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


부지런히 할일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갔더니 여전히 밝게 웃으며 말한다.

“아빠! 같이 레고놀이 하자.”


그래, 같이 놀아야지...

나는 바닥에 앉은 아이에게 꼭 붙어 엎드렸다.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감을 체감하게 된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더 많이 꼭 붙어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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