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56 첫째
"다시 읽어봐."
아이들의 공부를 봐줄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이해가 안된다며 나를 찾거나, 틀린 문제가 있을 때마다 나는 우선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읽게 한다. 낱말 하나 하나까지 완전히 이해하여 숨겨진 함정을 찾아낼 때까지 몇번이고 문제를 다시 읽힌다.
모든 문제의 답은 질문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긴 문장속에 '아닌'이 숨어있기도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그것'이 힌트가 되기도 한다. '합'과 '차'가 서로 교차하는 바람에 엉뚱한 답을 찾는 일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가장 먼저 '다시 읽어보라'고 말한다.
어느 날 첫째가 말했다.
그런데 아빠, 계속 다시 읽어보라고 하면 스트레스 받아.
아이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같은 문제를 4~5번 읽다보면 짜증이 날 수도 있다. 오히려 반복해서 읽은 문제가 눈에 익숙해지는 바람에 끝내 잘못된 부분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문제 속에 답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춰도 문제를 잘못 읽으면 도리가 없다. 문제가 눈에 익어 틀린 부분을 찾을 수 없다면, 낱말 하나, 글자 하나씩 다시 읽어서라도 실마리를 찾아내야 한다.
답은 반드시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시 읽어야 문제를 풀 수 있는 걸? 니가 푸는 문제 안에 답이 있단말이야."
내 말을 듣고 아이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건 아빠 말이 맞아."
문제에 답이 있다.
돌아보면 나 역시 학생때 늘 듣던 말이다. 물론 내가 이런말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나는 오히려 '문제에 답이 있기는 무슨, 문제에 문제가 있지!' 라고 생각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런데 부모가 되어 보니 정말로 문제 속에 답이 있다. 아이들이 문제를 잘 못 푸는 경우는 거의 항상 문제에 숨어있는 답을 건너 뛰거나 잘못 읽어서이다.
살아가는 것이라고 다를까?
어렵고 힘든 일들도 결국 그 안에 답이 숨어있다.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을 만났을 때,
건너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골짜기를 만났을 때,
처음부터 문제를 짚어보며 숨겨진 답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나의 아이들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