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54 첫째
얼마 전에 초등학교 선생님의 의뢰로 책을 만들었다.
담임 선생님이 글을 쓰고 반 어린이들이 그림을 그린 책이었는데, 책이 너무 잘 나와서 선생님도 학생들도 크게 만족했다. 첫째는 자기와 나이가 같은 어린이들이 만든 책이라 더 관심이 가는지 한참을 들여다 본다.
"아빠, 나도 책 만들고 싶어!!" 결국 자기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보다. 이런 의욕은 언제나 대환영이지.ㅎㅎ
"그럼~ 할 수 있지. 어떤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 내 대답에 아이는 주절주절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잠시 후 첫째는 자신의 현실과 관심사가 뒤섞인, 표절에 가까운 스토리 라인을 뽑아냈다.
1. 주인공은 초등학교 2학년이다. (딸은 초등학교 2학년이다.)
2.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마법세계에 가게 됨. (딸은 요즘 해리포터 시리즈에 푹 빠져있다.)
3. 주인공을 포함한 3총사가 여러 문제를 해결함. (딸은 친한친구 2명과 함께 3총사로 어울려 다닌다.)
달랑 3줄로 모든 이야기를 요약해 버린 딸에게 그렇게 엉성하게 해서는 책이 될 수 없다고 알려주고,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마법 세계는 어떻게 가게 되는 건지,
그 곳을 알고 있는 다른 사람도 있는지,
3총사의 성격은 어떤지, 어떤 일들이 생기는 건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이야기를 조금씩 다듬었다.
딸은 자기 마음대로 새로운 세상을 설계해 가는 것이 재미있는지 진지하게 의견을 펼쳤다.
여러 이야기중 첫째가 가장 관심을 쏟은 것은 캐릭터의 생김새였다. 캐릭터의 성격과 생김새를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했더니 직접 그림을 그린다.
리더인 똑순이, 덜렁덜렁 왈가닥, 차분한 꼼꼼이까지 집중해서 완성해냈다. 캐릭터 외형은 딸의 그림을 바탕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그려놓고 보니 아무래도 서울, 대구, 부산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들 같지 않다. 일단 머리색에서부터 납득이 되지 않는다.
“딸, 한국 어린이 머리색이 이러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딸은 3초 정도 고민하다가 답한다.
괜찮아! 초등학교 2학년들은 그런거 고민하면서 책 보지 않는다니까!
ㅋㅋㅋ 그래, 독자의 마음을 네가 제일 잘 알겠지.
어디 한번 원하는 대로 가보자
그렇게 완성된 주인공 3인방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