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52 첫째
예전에는 주말도 평일 같았거든, 그런데 이제는 매일이 주말 같아. 아빠가 있어서.
평일밤, 딸 아이가 너무나 멋진 말을 툭 내놓았다.
혹시라도 잊을까 메모지에 고이 적어두었는데 글을 쓰려고 다시 읽어보니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하다.
'나는 정말 매일을 주말처럼 만들어 주고 있을까?'
평일은 늘 바쁘다.
아이들은 학교에 태권도, 피아노, 수영… 몇 가지만 다녀와도 저녁시간인데다가 저녁식사 후에는 공부만 해도 잘시간이 된다.
나는 그 바쁜 와중에도 틈틈히 잔소리를 쏟아낸다.
잠옷 정리해라. 신발 정리해라. 가방 챙겨라.
방 정리해라. 옷 제자리에 둬라. 책상 정리해라.
잔소리는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끊이지 않는다.
주말은 오히려 특별한 나들이가 줄었다.
한달에 한번 집에 오던 때는 어떻게든 새로운 곳을 찾아다녔지만 요즘은 그냥 아파트 수영장으로 퉁치는 일이 많아졌다.
평일이 주말처럼 즐거워졌다기보다 오히려 주말마저 평일처럼 평범해진 것에 가깝다.
그럼에도 아빠 덕분에 매일이 주말같다고 말해주니 감사한 일이다.
딸의 말은 기분좋은 칭찬이 되어 내 마음을 토닥여줬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반대로 아이의 칭찬덕에 내가 자존감을 높인 셈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닿으니 '나는 어떤가?' 하고 돌아보게 된다.
수학 문제집 20문제 중 19문제를 맞췄을 때 잘했다며 진심으로 칭찬한 적이 있었나?
오히려 '더하기'를 잘못 읽어 틀린 한 문제를 두고 마음에 상처가 되도록 모질게 말하진 않았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칭찬보다 잔소리가 많다. 한두문제 틀리는 날보다 전부 맞추는 날이 더 많음에도 못하는 때보다 잘하는 순간이 훨씬 많음에도 칭찬은 커녕 잔소리만 늘어놓는 모습만 생생하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머리에 담고있는 생각에 따라 주변은 칭찬할 것이 넘쳐나기도 하고 잔소리 할 것이 넘쳐나기도 한다.
아이는 바쁜 일상과 평범한 주말도 아빠덕에 즐겁다고 하는데 나는 어떤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던걸까.
평일이 주말처럼 행복해진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아내와 아이들 덕분에 매일을 주말처럼 즐겁게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는 즐거운 일상을 아빠 덕분이라 생각했고 나는 그것이 아이들 덕분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사랑하고, 감사하고, 사과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배워야 할 판이다.
어린이들아. 고마워.
덕분에 아빠도 주말같은 평일을 보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