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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151 첫째, D+2286 둘째

by 바다별

주말 하루를 아내 없이 두 아이와 보낸 적이 있다.


오전 내내 레고놀이를 하고 점심을 먹었다. 내가 식사준비, 뒷정리, 다른 집안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둘이서 꽁냥대며 시간을 보낸다. 간간히 아빠도 같이 놀자며 보채긴 하지만 이제는 상황에 따라 자기들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큼 자랐다.




오후에는 수영장을 다녀왔다가 집앞 중국집을 갔다.

간단히 외식하고 싶을때마다 들리는 식당이다. 앞접시에 덜어준 음식들을 제 손으로 척척 먹는 걸 보며 역시나 부쩍 자랐음을 실감한다.




몇주 전 아이스크림 산책이 좋았는지 오늘도 길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면 안되겠느냐 보챈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길을 걸으면서 입가에, 손에, 옷에 치덕치덕 바르지 않는 모습도 아이들이 자랐음을 알게 해주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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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두 어린이는 신이 났다. 오늘따라 뭐 그리 꽁냥한지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잠시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사이에 두 아이는 자기들끼리 속닥이며 길을 앞서간다.


"리리들~ 같이가~!"


...

불러도 대답이 없다.


새파란 늦여름 하늘 아래서 두 아이가 순식간에 멀어진다. 한번 돌아보지도 않고 집으로 걷는 둘의 뒷모습을 보며 또 한번 많이 자랐음을 느낀다.

아직은 산책길에서도 집을 찾아가는 수준이지만 때가 되면 인생의 갈림길에서도 스스로 길을 찾는 날이 오겠지.


내 품을 떠나 스스로 제 앞길을 살아갈 날을 기대하며

일단 오늘은... 부지런히 아이들 뒤를 따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