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298 첫째
"아빠, 최고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뭔지 알아?"
식사를 하던 딸이 퀴즈를 냈다.
"...테슬라?"
망설이며 답하자 딸은 되려 그게 뭐냐고 묻는다.
"정답은 타요야! 혼자서 알아서 다 하잖아~"
그러면 카봇이나 또봇이 더 최고라느니,
그건 로봇이라서 탈락이라느니.
즉석에서 지어낸 실없는 수수께끼에 식탁이 소란스러워진다.
아이들이 있으면 웃을 일이 많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딸은 날이 갈수록 능청이 는다.
음악에 맞춰 능청스레 춤을 추거나,
가사를 바꿔 우스꽝스런 노래를 부르면
곁에 있는 둘째도 질세라 합류한다.
그런 딸이 하루 집을 비웠다.
태권도 합숙을 간다며 이불을 싸들고 하룻밤 외박을 했다.
저녁 8시, 딸이 태권도장을 간 후부터 집안이 조용하다.
도도도독 키보드 소리, 달그락 달그락 설거지 소리,
그리고 간간히 들리는 둘째의 말소리.
들어온 자리는 몰라도 나간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겨우 10살짜리 어린이 한명이 없을 뿐인데,
온 집안이 휑하니 비어있는 듯 하다.
새벽녘, 너무 편안한 잠자리 탓에 일찍 잠에서 깼다.
평소에는 양쪽에서 밀어붙이는 통에 어깨도 펴지 못하고 잠을 자는데,
오늘은 한쪽 옆구리가 서늘할 정도로 공간이 넓다.
다른 한쪽 따끈한 향기가 나는 둘째를 끌어안고 다시 잠이 들었다.
허전하던 마음이 노곤노곤한 온기로 다시 채워진다.
나는 늘 말했다.
"어서 커서 각자 알아서 살아야지."
"나중에 아쉽지 않으려고 지금 더 많이 사랑하는 거야."
딸이 자리를 비운 하룻밤.
곰곰히 생각해보니
조금 더 천천히 자라도 좋을 것 같다.
집에 돌아오면 꼭 안아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