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많은 아이

D+14,505 아저씨

by 바다별

"리후야, OO이가 그러던데. 니가 놀렸다며?"

태권도를 다녀온 딸이 둘째에게 말했다.


저녁을 먹고 있던 둘째는 누나말에 또 눈물이 맺힌다.

"나... 안.. 놀렸어...ㅠ..ㅠ"

입에 물고 있던 밥도 삼키지 못한채 눈물, 콧물이 흐른다.

힘겹게 자초지종을 확인해보니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았다.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콧물이 줄줄 앞다퉈 세상구경을 한다.

"할 말도 못하고, 눈물부터 줄줄 흘리면 어떻해!"

모지랭이처럼 훌쩍이는 모습에 괜히 내가 성이 난다.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유난히 눈물이 많은 아이가 있다.

슬퍼도 울고,

억울해도 울고,

화나도 울고,

툭하면 운다.

혼나서 우는게 아니라 혼날 것 같아서 울고,

잘못해서 우는게 아니라 잘못한 것 같아서 운다.

우리집 아들 이야기가 아니다.

내 이야기다.


내가 어릴 때는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는 말이 있었다.

먼지쌓인 화석같은 그 말을 나는 꽤 많이 듣고 자랐다.

그럼에도 그 세 번은 도대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태어날 때, 엄마가 돌아가실 때, 아빠가 돌아가실 때인가;;?

한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 정도 되어야 울 수 있는 그런 시절에

나는 대단한 울보였다.


어른이 되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역 전 가족과 영상통화를 할 때도 가장 먼저 눈이 벌게지는 건 나였다.

나의 눈물 코드는 특히 가족에 특화되어 있다.

첫째 입학식이나 운동회에서는 눈물을 참기위해 무척 애를 써야했다.

왠 아저씨가 남의 집 아이 달리기 하는 걸 보고 울면 너무 이상하지않나...


둘째의 눈물도 이해해주려 한다.

그게 전부 어디서 왔겠나...

"울음 그치고, 똑바로 이야기해봐."라며 마냥 다그치지 말고,

천천히 심호흡하고 눈물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