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동구 수정동 명성횟집
어느 지역의 음식문화를 들여다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서민 식당에서 <백반>을 먹어보는 것이다. 쌀 경작 문화권인 한반도의 주식은 쌀밥이고, 쌀밥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해당 지역의 제철 식재료로 만든 반찬과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벽해진다.
부산에는 다른 지역에선 찾아보기 힘든 백반 메뉴가 있는데, 바로 만두백반과 오뎅백반, 회백반, 수육백반이다. 분명 다른 지역에서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건만 <백반>이라는 이름을 붙여 영업을 하는 식당을 본 적이 없는 듯하다.
부산시 동구에 자리한 이 집은 1968년 개업한 노포로 상호만 보자면 평범한 횟집 같지만, 정작 이 집을 유명하게 만든 메뉴는 바로 <오뎅백반>이다.
심지어 이 식당 한편엔 1980년대 일식집에서 유행했던 하얀 타일 기둥에 나무판을 얹은 다찌가 있어 <50년 노포>의 아우라가 넘쳐흐른다.
메뉴명에 담긴 음식의 Identity 자체가 혼자 식사가 가능한 백반이다 보니 오뎅백반과 회백반을 각각 1인분씩 주문하여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었다.
부산은 대한민국 해양 수도답게 탕국에도 어묵을 넣는다고 하는데, 오뎅백반의 국물은 어딘지 모르게 다시마를 넣고 끓여낸 소고기 뭇국을 연성시킨다. 다른 지역의 어묵 전골과는 비할 데 없이 화려한 색감과 다양한 재료가 듬뿍 들어가 있다. 들어간 재료만 해도 삶은 달걀, 어묵 3종, 유부주머니와 두부, 스지, 소라살, 곤약과 무, 미역 등 다양한 반찬과 함께 제공되는 8천 원짜리 오뎅이라기엔 너무나도 황송하다. 인심 후한 식당답게 주인장이 계속 테이블을 봐주시며 국물을 리필해주신다.
부산의 회백반은 대부분 다시마로 회를 숙성시켜 썰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역시 13천 원이라기엔 황송할 정도로 광어와 밀치회가 넉넉하게 접시에 담겨 나오고, 후추향이 강하긴 해도 계속 떠먹게 되는 매운탕이 함께 제공된다.
# 추가잡설
대부분 우리는 일본어로는 오뎅, 우리 말로는 어묵이라고 알고 있는데, 실제 생선살을 으깨 만든 음식인 어묵의 일본어는 <가마보코>이다.
오뎅은 우리말로 하면 <어묵탕>으로 어묵과 계란, 무, 유부와 스지 등이 들어간 국물 요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오뎅탕>이라고 하면 <역전앞>처럼 동일 의미가 중복이 된 잘못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