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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Jul 23. 2021

서울에서 즐기는 <군산식> 콩나물 해장국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5가 '일흥콩나물해장국'

이건 우리가 전 세계에서 무조건 '일등'이라고 자신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주가무>이다. 요즘에야 시대가 변해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지만, 술을 마시면 노래가 빠질 수 없다며 소주병에 숟가락 꽂아 즉석 노래 대회를 진행한 것이 불과 십수 년 전 회식 풍경이다.

소주잔 2잔 겹침선까지 소주를, 맥주잔 로고 직전까지 맥주를 따라 섞으면 한입에 부드럽게 넘어가는 황금비율 소맥이 된다.

이제 한국의 병맥주는 아예 소주에 말아먹을 걸 염두에 두고 만드는지 그냥 먹으면 밍밍하기만 한 맥주가 소주잔 2개를 겹쳐 만들어낸 황금 비율 제조 비법을 거치면 위스키 부럽지 않은 명주로 재탄생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의 독특한 술 문화는 한반도의 탕반 문화와 결합하여 <해장국>이라는 독보적인 음식 장르를 탄생시켰다.

해장국 장르 중 가장 접하기 쉬운 음식이 바로 “구하기 쉽고, 끓이기 쉬운” 콩나물국이다.
전주에는 유명한 음식이 2가지 있으니 바로 비빔밥과 콩나물국이다. 외지인들은 전주비빔밥을 쳐주고, 토박이들은 오히려 콩나물국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수란이 별도 제공되는 '전주식' 콩나물국밥 (출처 : 전주문화관광 홈페이지)

조선왕조의 본향인 전주에서 콩나물국을 단순하게 조리 할리는 만무할 터! 육수도 오징어와 조개 등 해산물을 이용하고, 반찬 역시 김과 젓갈, 장조림 등 가짓수가 적지 않고, 수란을 별도로 만드는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 소재 일흥콩나물국밥의 ‘군산식’ 콩나물국밥 차림상

전주의 콩나물국밥이 양반가에서 격식을 갖추어 낸 화려한 한상차림이라면 <군산식 콩나물 국밥>은 노동자의 소박한 밥상이다. 뚝배기에 밥을 넣고 멸치로 우려낸 국물을 '토렴'하고 그 위에 계란과 아삭한 콩나물을 얹는 식이다. 반찬 역시 깍두기와 고추, 새우젓 등 단출하지만, 이 외 또 뭐가 필요 있으랴라는 생각이 들만큼 완벽한 국밥이다.

'군산식' 콩나물국밥은 대한민국 제빵 역사의 시조라 할 수 있는 군산 이성당과 멀지 않은 월명동 국밥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한석규 · 심은하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인 초원사진관 골목에는 생활의 달인에 출연하며 전국구 명성을 얻은 소고기 맑은 뭇국 식당, 한일옥과 소박한 군산식 콩나물국밥을 내주는 일흥옥, 일해옥, 일출옥 3곳의 식당이 나란히 있다.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 일흥콩나물국밥

이 중 내가 주로 다녔던 곳은 바로 '일흥옥'인데,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서 비슷한 상호의 콩나물국밥 식당을 발견하였다. 반가운 마음에 여쭤보니 군산 일흥옥을 30여 년 전 어머니와 운영하셨었고 가게를 넘기고 서울로 올라오셨다고 한다. 원래 상호 역시 일흥옥이었는데 얼마전 <일흥콩나물국밥>으로 간판을 바꾸셨다고 한다.


군산 일흥옥의 소박한 콩나물국밥

군산 일흥옥은 1975년 개업한 콩나물국밥 단일 메뉴 노포인데, 원천기술을 가진 창업주에게 물려받은 자제분의 음식을 서울에서 맛보다니 감개무량하다.  

누가 조리해도 평균적인 맛을 내는 음식 중 하나가 콩나물국이다. 반대로 콩나물국은 오히려 기대치를 넘어서는 맛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음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시중 상업 식당에서 콩나물국을 메인 메뉴로 내놓는 집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일흥콩나물국밥

깔끔하고 깨끗한 콩나물국을 선호한다면 계란 노른자는 터뜨리지 말고 수저로 떠 “삼켜 먹어보길” 권한다. 식도를 따라 내려가는 눅진한 노른자의 고소함이 속을 든든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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