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 개정면 이동리 <대가꽃게장>
전국 여행을 다니며 각 지역의 향토 음식을 두루두루 섭렵한 내 입장에서 보면 군산은 참 재미있는 도시이다.
풍요로운 호남과 충남의 곡창 지대에서 난 쌀이 집산(集散)되며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쌀이 반출되었던 미곡항이 바로 군산이다. 1899년 개항 이전만 하더라도 불과 170여 가구에 불과했던 조그마한 어촌 마을이었던 군산은 일제강점기 서해안 중부권의 항구도시로 급성장하게 된다. 전남과 충남 지역에서 생산된 쌀이 군산항까지 이송되어야 했기에 철도가 들어섰고, 효율적인 수탈을 위해 세관과 은행이 지어졌다. 1909년 조선총독부 조사에서 군산항의 전체 수출액 중 95%가 쌀이었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
군산이 내일로(KTX 기차여행)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근대 문화유산의 도시>로 포지셔닝하며 옛 군산세관과 조선은행 군산점 등의 거리에 근대역사박물관을 설립하고 근대화거리를 조성한 것은 결국 이러한 역사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쌀이 집산되었던 곳이니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의 발달 역시 당연할 터인데 아쉽게도 '군산을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들이 생각하는 군산의 명물은 아직까지도 복성루의 짬뽕과 이성당의 팥빵에 머물러 있다.
이는 군산 현지인들의 생활 문화와도 연관이 있다. 좋고 나쁨에 대한 솔직한 표현을 의뭉스레 퉁치는 지역적 특성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짧은 기간이지만 실제 군산에 적을 옮겨 살아봤던 내 경험상 이 지역민들의 사회에 녹아들어 정말 훌륭하고 진귀한 것을 서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친밀감을 갖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더랬다.
군산의 <꽃게장>은 그런 음식이다. 현지 거주하는 지역민들은 군산 꽃게장에 대한 맛을 사랑하며 식당을 즐겨 방문하지만 인터넷 등의 공간에 내어놓질 않으니 여전히 군산 맛집 검색 1위는 복성루와 이성당이 자웅을 겨루고 있다.
군산의 동쪽 외곽 지역에 자리한 <대가꽃게장>은 1999년경 개업한 꽃게장 전문 식당이다. 바로 옆 계곡가든과 함께 현지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군산 꽃게장 양대산맥으로 알려져 있다.
게장은 밥도둑으로 불릴 만큼 감칠맛이 대단히 뛰어난 음식이다. 그 감칠맛은 맛간장 비법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게장의 맛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결국 '원물의 신선함'이다. 군산은 서해안 꽃게 원물의 신선함이라는 선천적인 장점을 기반으로 충청남도와 전라남도 음식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아 호불호 없는 전라북도 특유의 양념 기술이 더해지니 꽃게장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흰쌀밥과 함께 먹는 음식답게 게장 말고도 불고기와 잡채, 튀김 등의 사이드 반찬이 준수한 편이며 게장 비빔밥을 싸 먹을 김의 품질 역시 대단히 훌륭하다.
식당의 한 끗을 가르는 것은 결국 디테일인데, 난 그 디테일을 이 집의 <김>에서 봤다. 게장 비빔밥을 싸 먹을 굽지 않은 생김이 나오는데 구멍이 없고 김 특유의 비린 향이 없으며, 좌우로 늘려봐도 찢어지지 않는 것이 상(上) 등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