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광산구 평동로 <명화식육식당>
광주의 향토음식이라 알려진 애호박돼지찌개는 연원이 모호하다. 무릇 향토음식이라 함은 해당 지역의 기후와 관습, 사회상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하는데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조달 가능한 애호박과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끓여낸 고추장찌개가 '광주만의 음식'이라 하기에는 뭔가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
거기에 음식의 형태는 분명 '① 밥을 말아먹는다는 점에서, ② 건더기도 많지만 국물은 더 많다는 점에서' 찌개보다는 <국>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광주 어디를 가도 '애호박돼지국'보다는 <애호박돼지찌개>라 불린다는 점에서 사뭇 그 연원이 궁금해지는 음식이다.
내 알기로 충청도를 기준으로 충청 이북 지방에서는 돼지고기로 탕을 끓여내지 않았다. 광주의 애호박돼지찌개와 그나마 비슷한 음식으로는 청주의 <짜글이>가 있지만, 이는 찌개와 볶음의 중간 정도에 자리하였다.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끓여낸 부산과 경남 지역의 돼지국밥과 연관성이 있나 싶지만, 그처럼 고아낸 조리방식이 아니라 광주의 애호박돼지찌개는 짧은 시간 내 끓여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일설에 따르면 광산구 일대 특산품이 애호박이고, 송정시장의 우시장에서 돼지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애호박돼지찌개가 탄생하여 광주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난 이 이야기를 근거로 애호박돼지찌개가 <광주의 음식>으로 자리 잡은 연원을 다른 지역의 향토음식처럼 식재료 조달의 용이성 차원보다는 <광주 사람들의 음식 솜씨>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전라남도는 육지와 바다로부터 채취한 풍부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음식이 탄생한 지역이다. 다양한 음식이 탄생하려면 다양한 식재료의 조합이 필수적일 것이고, 난 그 과정 중 탄생하여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음식 중 하나가 애호박돼지찌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광주 사람들은 애호박돼지찌개를 향토음식이라기보다는 <게미음식>이라 부른다. 게미는 기미의 광주 사투리로 '씹을수록 고소한 맛, 그 음식 속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을 의미한다.
외지인 입장에서 광주의 애호박돼지찌개의 본산 같은 곳이 바로 <명화식육식당>이다.
상호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식당의 시작은 애초 식육 식당이었으나, 현재는 애호박돼지찌개 단일메뉴만 취급하고 있다.
식당의 역사는 1969년, 1대 사장인 서춘자 님이 현재 영업하고 있는 자리에서 술장사로 시작하였다. 바깥어른이 돼지 사육 농장을 했기에 식육 식당을 겸했는데 식당의 역사가 그러하니 여전히 이 집 애호박돼지찌개의 고기 인심은 여전히 후하다.
그 옛날 엄청나게 큰 스뎅 그릇 가득 담아주는 애호박돼지찌개는 강렬한 붉은빛을 띠는데 의외로 맵거나 얼큰하다기보다는 시원하고 담백하니 그 맛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