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혼자만의 의식
미국의 작가이자 에디터인 메이슨 커리(Mason Currey)는 2007년 일요일 오후 문득 일상과 창조에 대한 질문을 떠올렸다. 우리 모두에게는 하루라는 동일한 시간이 주어지는데, 어떤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어떤 사람들은 더 창조적이고 많은 것을 이루어 낼까. 그는 세계적인 창조자들의 일상과 일과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였다. 소설가, 작가, 화가, 무용가, 영화감독, 과학자 등 약 400여 명의 창조자들을 7년 동안 분석하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하루를 시작하는 자신만의 의식(Ritual)이 있었다는 것이다.
창조적인 활동에 시작하기 앞서 자신만의 의식을 치르면서 생각의 에너지를 모으는 행동을 반복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식은 습관화가 되고 무의식으로 몰입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반복 자체가 중요한 것이 된다. 반복은 일종의 최면으로, 반복 과정에서 나는 최면에 걸린 듯 더 심원한 정신 상태에 이른다”라고 말한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반복적인 의식적 행동은 자신의 삶을 더욱 깊이 있고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스포츠 영역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난다. 흔히 운동선수들이 경기 전 자신만의 의식을 치르는 행위를 루틴(Routine)이라 한다. 세계 수준의 정상급 선수들은 거의 모두 자신만의 습관을 정하고 시합 전, 시합 중, 시합 후까지 사용해 왔다. 이러한 습관은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함과 동시에 집중력을 강화시켜 높은 성과를 만들어 낸다. '내가 좋은 샷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언제나 같은 루틴(Routine)을 따르기 때문이다. 나의 루틴은 결코 변하지 않는 나만의 유일한 것이다. 그것은 최상의 샷 을 할 준비가 된 상태에서 매 순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라고 이야기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앞서 이야기 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Ritual은 어원적 뿌리는 ‘성스러운 관습’을 뜻하는 라틴어 ‘ritus’이다. 즉, 한 시대에 통용되는 사회적 습관을 의미한다. Routine은 '깨다'를 의미하는 rout와 '~와 관련 있는'를 의미하는 ine이 결합된 단어로 '도로를 만드는 일과 관련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즉, Ritual은 신에게 가는 길에 대한 반복적인 행동이라면, Routine은 개인이 사회로 가는 길에 대한 반복적인 행동이라 정리해볼 수 있다.
기존에 없던 창조적인 활동을 하거나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스포츠를 하거나, 미지의 세계로 나가기 직전까지 내면에 발생하는 각종 두려움, 걱정, 불안함을 해결하기 위해 그들은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걸어감으로써 마음을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다시 일상을 돌아보자. 현실에 만족한다면 어떤 의식이나 특별한 습관 같은 것들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거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 Ritual이나 Routine의 개념처럼 자신의 길을 만들어 의식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미지의 세계로 도달하는 길을 만들면 된다. 필자에게도 자신만의 Ritual과 Routine이 있다. 매일 아침 일기를 쓰는 것이다. 어제 있었던 일을 복기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한다. 그리고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감사한 일을 적어본다. 매일 반복되는 '쓰기' 활동은 업무를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게 해주며, 하루에 발생되는 일들을 긍정적으로 대면할 수 있게 해준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언제나 탁월함에 대해 논하고 자신과 이웃에 대해 성찰하는 일이다.
그리고 숙고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The unexamined life is not worth living)"
2,500여 년 전 소크라테스가 지금 우리에게도 이야기하고 있는 '숙고하는 삶'을 위해 자신만의 의식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행위가 있을 때 가장 평온하며 몰입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가. 답은 당신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