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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Jul 04. 2021

골프에 진심이려고 합니다

다시 시작한 골프


"와~ 허리가 날씬해졌네? 어떻게 한 거야?"

여름에 한국 다녀온 친구를 오랜만에 보고 내가 물었다.

"골프를  "

스윙 시범을 보여 주면서 허리를 이렇게 돌리니 군살에 많이 빠졌다고 했다.

첫 째가 한 3살 정도 되던 시절로 헬스클럽 트레드밀에서 달리거나 스텝 클래스에서 호흡이 가쁘게 운동을 해서 출산 후 몸무게가 정상으로 돌아왔어도 허리의 군살은 그대로였다.

어찌나 혹하던지 다음에 한국에 가면 골프를 꼭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포츠를 배울 때는 뭐든 기본이 잘 잡혀 있어야 나중에 진도가 잘 나가게 되고 잘못된 자세가 굳어지면 고치기도 힘들어진다는 것을 수영을 배우면서 알게 되었다.


수영을

배우게 된 계기는 뉴질랜드로 영어 어학연수를 몇 달간 적이 있었다. 인도 사람 집에서 홈 스테이를 했는데 남자는 호텔에서 밤 근무하고 여자는 무슨 일을 했나 기억이 안 나는데 귀여운 딸 하나가 있었다. 주말만 되면 친구들과 만나서 potluck 파티를 하는데 친구들이 하나같이 그 당시에 (1994년~) 의사나 변호사들로 전문직 종사자 들이었다.

그때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 "뉴질랜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눈치를 채고 "너무 좋다"라고 할 때마다 그들은 자신들이 내린 선택이 옳았음을 인정받는 것처럼 흐뭇해했다. 그때 이방인으로 남의 나라에 가면 설사 안 좋아도 내색을 안 하는 것이 매너라는 것을 알았고 미국에 사는 현재 까지도 지키려고 하는 나만의 룰이다.


아름다운 오클랜드 해변에 홈스테이 식구들과 친구들과 놀러 갔는데 그 당시 젊은 30~40대 정도로 혈기왕성해서 해변에서 보이는 가까운 섬 기슭까지 수영해 가자는 의기가 투합이 되었다. 홈스테이 남자와 친구들이 헤엄쳐 건너기 시작했다. 가시거리기 때문에 가까워 보였는데 이들이 건너간 것은 보았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지를 않았다. 몇 시간을 기다린 뒤에야 돌아왔는데 홈스테이 남자가 힘이 부쳐서 쉬느라 시간을 끌게 되었고 간신히 돌아왔다고 했다.


어쨌든 수영을 할 줄 안다는 것이 그렇게 부럽게 보였고 "다른 것은 못해도 수영은 할 줄 알아야겠구나"해서 돌아오자마자 수영클럽에 신청해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코치가 물에 들어와 자세를 일일이 교정해 주기 때문에 쉽게 빨리 배우게 되는데 우리 아이들이 수영을 배울 때 보니까 미국 코치는 물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저 밖에서 지시만 한다. 코칭이라 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스스로 배운다고나 할까~.

아마 미국에서 성인이 수영을 코치에게 배우려면 개인 레슨을 받아야 한국에서 받는 교정 연습이 주어지지 않을까 싶다.


골프 연습장

골프는

 양질의 강습 기회가 많고 가격도 싸니까 연습장에 등록을 하고 한국에 있는 3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강습을 받았다. 그때 그립, 스윙 자세를 많이 연습을 해서 미국에 돌아와서 필드에 나갔을 때 나름 초보 티를 내지 않고 칠 수가 있었다. 그렇게 한 일 년을 쳤나, 둘째가 생기고 나서는 이제는 둘을 건사하느라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고 맥이 끊기다 보니 흥미까지 잃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 일전에 얘기했던 요가 스튜디오가 문을 닫았고 대면 호흡이 중요시되는 요가는 아마도 한 동안 퇴출이 될 것 같다. 다시 헬스클럽에 등록을 할까 생각해 보니 그 전처럼 운동하기에는 무리가 가서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나를 골프에 다시 끌어들인 것은 요즘 골프에 진심인 남편이다.

일주일 한 번은 필드에 나가서 비즈니스 골프 회동을 하는데 경기가 들쑥날쑥하다며 연습장(golf driving range)에 다니기 시작했다.

골프 클럽을 좋은 것으로 살까 물어보더니 이제는 골프 레슨을 받는다고 같이 다니자고 한다. 처음에 몇 번 거절하다 아니지 싶어 따라나섰다.


왕년의 골프 선수 활동을 했던 80이 넘어 보이는 코치가 웨인 대학교 Hall of Fame에 등록되었다며 명함을 주면서 20분 정도 코치를 해주었다. 스윙을 하는데 허리를 사용하고 처음에 천천히 공을 치다 나중에 빠르게 쳐보라고 했다. 그립이나 자세를 교정해 주지는 않았지만 휘두르는 강약을 달리해서 속도감을 느끼도록 해주었다.


오늘은 남편이 그립부터 자세 교정을 코치처럼 자세히 가르쳐준다. 자기도 유튜브에서 배웠다면서...

7번 아이언을 칠 때 두 팔을 몸 가까이에 대고 왼팔을 일직선으로 오른손을 90도 각도로 구부리면서 시선을 공에 고정한 채 치는 것을 연습하니 옛날에 몸에 익었던 자세가 나오기 시작했다.

muscle memory(근육 기억)라고 부르는데 예를 들어 피아노 연주가나 운동선수들이 정확한 몸동작, 손동작을 해내는 것은 뇌가 기억하는 것이 아니고 근육이 기억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골프의 좋은 점은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으며 야외에서 좋은 공기와 자연을 벗하며 자기 페이스대로 하기 때문에 좋다. 부부가 은퇴 후에 취미로 같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이며 골프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어서 선택의 범위가 넓다.

미국에서는 의료비가 한국에 비해 10배 정도 비싼데 비해 골프는 원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을 정도로 10배 정도 값이 저렴하다.


다시 찾은 열정이 꺼지지 않게 스포츠 상점에 가서 새로 골프 웨어를 사면서 스며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정작 골프 선수들은 차림에 신경 쓰지 않을 텐데 항상 신출내기 등산가들이 등산복부터 사는 것처럼 느껴져서 이다.

"열심히 골프를 쳐야지, 허리가 날씬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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