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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Sep 20. 2021

남편과 골프 치면 좋은 것

날씨가 좋으면 반드시 필드에 나간다.

남편의 취미는 서브에 있는 비치에서 발리볼을 하는 것이다. 여름이 되면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 꼭 나가서 발리볼을 하는데 내 기억에 출타 중일 때를 제외하고 지금껏 빠진 적이 한 번도 없다. 모든 가족 모임이나 친구 모임들도 항상 그날을 비우고 다른 시간 대를 잡아야 했다.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할 만큼 진심이었다. 워낙 수준이 높은 플레이들이라 끼어들 수도 없지만 아이들이 어릴 때는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같이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게다가 내가 발리볼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그가 골프에 진심일 때 생기는 일은 거의 매일 연습에 나가고 일주일에 한 번 리그에 가기 위해 연습 게임 삼아 나를 끌어들였을 때 무슨 일이 벌어 질지는 상상에 맡긴다. 필드에 나가기 전에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바스켓 하나 정도 연습을 한 다음 처음에는 Par 3 코스에서 골프를 쳤다. 몸이 익숙해지기 시작하자 9홀(2시간)에서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18홀(4시간)에서 친다.

이번 주에는 날씨가 너무도 좋아 토요일과 일요일 18홀을 연달아 쳤다.


골프 예찬

발바닥에 닿은 잔디의 쿠션은 걷는 것에 무리를 주지 않고 탁 트인 필드의 좋은 햇빛과 공기에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오직 무대에 둘 만이 주인공이 된다.

"Nice Shot"이라고 외치며 서로 격려해 주고 서로 동작을 코치해 주고 볼을 찾아다니며 무엇인가를 같이 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애정이 깊어진다.  그동안 아이들에게만 쏟았던 관심이 서로에게 향한다.


건강을 위해 의무처럼 행해야 했던 지루했던 운동은 이제 안녕~. 왜 더 빨리 같이 골프를 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될 정도이다. 승부에 집착 없이 그렇게 광대한 필드를 누리는 경기가 있을까?  필드의 나뭇잎 색깔이 변하면서 계절이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

필드에서는 남녀노소 구별이 없이 경기를 즐기며 싱글로 치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치라고 자리를 비켜 주던가 아니면 함께 치기도 한다.


1. Reconnect (부부애가 좋아진다)

같이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결속력을 높인다. 남녀는 취미나 관심사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대화에 한계가 있을 때 무엇인가를 함께한다는 것은 별다른 대화 없이도 서로의 친밀감을 높인다.

친구는 hang out (밖을 나돌아 다니는)하는 존재이다. 반드시 밖에서 만나 뭔가를 같이한다. 부부가 뭔가를 같이 밖에서 하게 되면 친구 같은 우정을 느낄 수 있다. 부부는 인생 최고의 친구이며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2. Reboost(건강 증진)

두둑한 뱃살을 spare tire라 부르곤 하는데 이것이 사라졌다. 아이들 키우며 열심히 사느라 축적된 스트레스 살을 아무리 열심히 발리볼을 하거나(남편) 헬스클럽에 다니며 운동을 해도(나) 그대로였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무릎에 무리가 가고 나이를 무시할 수 없어 고민하던 차였다. 야채가 풍부한 식단으로 바꾸고 밖에서 햇빛 받으며 운동을 하니 몸무게는 별 차이가 없는데 허리 부분이 정말 많이 날씬해졌다.


그 어느 때 보다도 건강하고 균형 잡힌 몸매를 갖게 된 것은 내가 골프를 예찬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골프는 경제적인 문제나 기타 다른 문제가 있어 나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오해다. 여러 가지 접근의 어려움이 있어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스포츠로 특히 은퇴를 앞둔 부부들에게 권하는 바이다.


3. Rearrange(역할 재정의)

이번 여름 여러 가지 야채들을 건조하느라 키친에서 바쁘게 움직였고 골프를 치느라 밖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자 집안 청소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남편이 이를 보고 틈만 나면 진공청소기를 들거나 빗자루를 들고 구석구석 먼지를 쓸어낸다.

집안일하느라 바쁘다 설명할 필요도 없다. 내가 왜 바쁜지(골프 치느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남편이기 때문이다.


4.Rejoice(행복)

필드에서 골프 칠 때면 트럼프도 부럽지 않다. 틈만 있으면 골프를 즐겼던 전직 대통령이 치던 골프 코스는 프라이빗 클럽 멤버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일지 모르나 내가 치는 클럽의 잔디도 못지않게 좋고 똑같은 햇빛과 바람을 맞는다. 자연과 하나 된 느낌, 나와 공간이 합일된 느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마음은 풍요로워지고 사랑이 넘친다. 내 마음에도 그 마음에도~!!


평화롭게 거니는 야생 칠면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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