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젊은 느티나무 Jul 29. 2021

헬렌 니어링을 꿈꾸는 키친

가능하면 자급자족하는 삶을 꿈꾸며

코로나 락다운

지난해 3월에 미시간이 락다운에 들어가면서 2달 정도 먹을 식량을 준비하라는 친절한 안내까지 있었다. 코스코에 가서 장을 보면 묶음으로 팔거나 양이 많아서 다 소진하기까지 최소한 3~4달은 걸린다. 그래도 워낙 비상사태라서 부족한 것이 없나 마음이 바빴는데 가장 먼저 소진된 것은 손 세정제와 화장지였다. 그다음에 쌀도 떨어져 바닥이 났고 밀가루와 빵을 만드는데 쓰이는 이스트가 동이 났다. 식기 세척기 세정제와 이스트를 아마존에서 구매한 기억이 난다. 바나나 빵 외에는 만들어 본 적도 없는 내가 식빵을 만들기 위해 이스트를 사야 하나 난감했다.


언제나 만들어진 빵은 식료품 점에서 사면되고 안전한 주식인 쌀은 든든한 지원군처럼 느껴져 밀가루를 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가까운 식품점, 크로거에 빵이 담긴 진열대가 텅 비기 시작할 때에는 부드러운 빵 맛이 그리우면 어쩌나 싶어 이스트를 구매하게 되었다.


가장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

이젠 어디서도 작년의 부족한 모습은 볼 수가 없다. 부족했던 식량이나 물품들이 가득 채워져 심지어 미시간 북반부에 자그마한 도시의 식품점에도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고 언제 그랬나 싶게 빨리 팬데믹 전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한 가지만 빼고...

변이 바이러스의 점증 속에서 끝나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우리의 의식은 아직도 비상 모드이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옛날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얼마나 팬데믹 같은 비상사태에 필요한 생존의 기술을 갖추고 있었는가에 대한 자각이었다.

락다운 기간 동안에 가장 많이 손이 가는 것은 역시 위안을 주고 소화하기 좋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었다. 나에게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음식은 고기도 아니고 생선도 아니고 야채였다. 심플한 식단이 주는 만족감은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가져다주었고 야채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dehydrator(수분 건조기)를 알게 되었다.


농부들이 한 여름 동안 일군 농작물을 추수해서 가을에 저장해 다음 해 다시 농사를 지을 때까지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말려서 저장을 하던가 소금에 절여서 발효시켜 저장을 하던가 아니면 병에 넣어 밀봉을 하던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말리는 방식의 저장인데 왜냐면 다른 방식에 비해 저장 기간이 길뿐 아니라 공간을 차지하는 비율이 전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말리기의 초보 입니다만~

농부의 아내가 추수한 과일과 야채, 그리고 꽃 까지 말려서 꽃잎을 요리에 넣는 유튜브를 보면서 "바로 이거야~"하는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소음이 적으며 색깔과 모양 그리고 리뷰를 종합해서 dehydrator를 구매했다.

처음으로 마침 사놓은 표고버섯을 말리기 시작하여, 피망, 호박, 사과, 심지어 마늘까지...

건조기를 구매해서 말리기를 시작한 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건조기가 돌아가고 있다.

커다란 부피의 야채를 말리면 메이슨 병(Mason Jar)의 큰 것 아니면 중간 것에 쏙 들어갈 때는 전율이 느껴졌다. 그 짜릿한 맛에 말리고 또 말리기를 해서 이제 냉장고의 과일과 야채 박스가 텅 비어 있다.

"진심, 말리는 일에 빠져 있습니다.~"


냉동실에 넣어 두고 필요할 때 국물 내기 위해 쓰던 멸치를 꺼내어 말려서 이미 사 둔 말린 표고버섯과 다시마를 함께 블랜더에 넣고 갈아서 다시다 가루를 만들었다. 국물이 들어간 요리에 넣으니 아이들이 맛있다고 한다. 그동안에 국에 들어간 멸치를 보면 징그럽다고 제발 좀 빼 달라고 하던 아이들이 불평 한마디 없이 "So Good!"이라고 하니 나는 누가 옆에 있다면 눈을 찡긋 했을 것이다.

말리기의 장점 5 가지

1. 보관 기간이 길다.

말린 야채나 과일은 수분의 함량에 따라 10~ 15 % 정도를 함유하게 말리면 가죽 같이 부드러우나 , 수분 함량을 거의 0 수준으로 말리면 바스러 진다. 나중에 요리에 쓸 때 너무 질겨서 먹기 어려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 나물로 먹을 경우는 부드럽게 말리고 다시다처럼 분말로 먹기 위해서는 바싹 말려야 한다.

어둡고 서늘한 곳에 잘 보관하면 최소한 5년에서 진공으로 밀봉해 보관하면 10~ 20년간을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대부분의 캔 음식은 생각보다 보관 기간이 길지가 않다. (2~3년)

2. 부피가 줄어들어 많이 보관할 수가 있다.

탈수로 인해 부피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향신료(spice)로 사 먹던 것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야채나 허브가 말려져 분말로 만들어졌는지 가늠이 되면서 감사한 마음이 일었다.

3. 영양 손실도 적다.

탈수가 이루어진 뒤 다시 요리하기 위해 수분을 보충 (rehydrate) 하면 전체 88%의 영양이 보존된다고 한다.

4. 맛의 풍미가 그대로다.

사과, 대추, 크렌베리는 말리면 당도가 올라가서 더 달게 느껴진다. 간식으로 먹어도 좋고 차를 만들 때 꿀과 사과식초, 말린 사과를 넣어 먹으니 그만이다.

5. 음식의 낭비를 줄인다.

최고의 장점은 버려지는 야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냉장고에 싱싱한 채로 보관되는 것은 길어야 10일이고 날마다 먹어 없애기도 힘들며 싱싱함이 가실 무렵 냉동실로 들어가곤 했다. 이미 냉동실은 여러 가지로 비좁은데 매번 냉동하기도 어려워 말리면 이런 걱정이 확 줄어든다. 푸짐한 양의 야채를 사서 먹을 만큼 냉장실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싱싱한 상태로 말려 보관하면 된다.


기후 변화로 시작된 물의 부족과 가장 많이 차지하는 농업용수의 부족으로 식량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소식이다. 한 톨의 식량이라도 아껴야 하고 특히 소중한 야채가 버려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 같아 시작한 말리기는 앞으로 꾸준히 계속되어 분주하지만 건강한 식탁을 만드는데 일조하게 될 것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