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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Aug 20. 2021

깍둑썰기의 달인

제대로 된 채칼(chopper)만 있으면

우리 집에서 자주 해 먹는 메뉴에는 볶음밥과 카레라이스가 있다. 볶음밥은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주로 하고 카레라이스는 여름철에 주로 만든다. 매콤한 카레의 톡 쏘는 맛이 여름철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볶음밥과 카레라이스는 깍둑썰기를 해야 제맛

엄마가 해주시던 볶음밥에는 감자와 당근이 가지런히 깍둑썰기가 되어 있어 언제나 먹음직스러웠다.

이를 흉내 내서 해보려니 칼질이 서투른 나는 여간 해서 모양이 나오지 않았다.

왜냐면,

당근이나 감자는 크기가 일정하지 않을뿐더러 딱딱해서 칼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이다.

이는 핑계고 사실, fine motor skill, 즉 손끝이 여물지 않아서 일 것이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 많이 부러운 이유가 그들은 바로 이 기술이 발달해 있다고 믿기 때문)

그래도 어찌어찌 아쉬운 대로 살았는데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채칼을 만나게 되었다. ( 이런 도구도 인연이 있어야 나에게 오는 듯)


Aldi에는 가끔 꼭 필요하지만 여간해서 찾을 수 없는 것들이 진열된다.

그중의 하나가 프라이팬을 덮는 유리 덮개인데 고무로 테두리가 되어있다. 이것을 발견하기 전까지 프라이팬에 생선을 굽거나 하면 그로서리 종이백을 덮어 기름이 튀는 것을 방지했다. 어찌나 기름이 많이 튀는지 벽을 새로 페인트 칠하느라 닦아 낼 때 기름때가 여기저기 묻은 것을 보게 되었다. 이 덮개를 사용한 이후에는 기름때를 닦는 노력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라니!

이번에는 채칼이 떡하니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깍둑썰기 하는 채칼이...

감자와 당근을 깍둑썰기 할 참이었다.


당근과 감자를 제대로 데치기(Blanching)

지난번 당근을 말릴 때는 채칼로 얇게 썰어서 했는데 딱딱해서 안 들어가는 때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할만했다. 이 번에 깍둑썰기를 하려고 채칼에 맞게 당근을 3 등분해서 반으로 갈라 집어넣으니 딱딱해서 잘라지지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데치기를 해야 했다.

끓는 물에 약간의 소금을 넣고 당근을 넣어 3분 정도 끓인 후에 꺼내어 다시 채칼에 시도해 보았다. 아삭아삭한 맛이 남아 있으면서 부드러워 쉽게 썰린다. 일사천리로 일을 마치고 이제는 감자를 할 차례이다.


감자는 부드러워 채칼에 넣어 깍둑썰기를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당근을 채반 4개에 펴 널고 하나 남은 채반에 감자를 펴 말렸다.

그랬더니 감자에서 나온 녹말이 갈변이 되어 갈색이 아니라 시커멓게 변해있는 것이 아닌가.

"아, 그렇지 데치기를 해야 하는구나" 싶어 끓는 물에 깍둑 썰어 놓은 감자를 붓고 역시 3분 정도를 끓였다.

아삭아삭하지만 푹 삶아지지 않게 하는 것이 요령이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갈변도 되지 않고 색은 더 선명하고 약간 익혀진 상태라 다음번 조리 시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내친김에 이젠 양파를 깍둑썰기 했다.

볶음밥과 카레라이스에 들어가는 감자, 당근, 양파만 있으면 언제든 꺼내서 사용할 수가 있어 메뉴에 맞추어 준비한 것이다.

만약 손으로 이 모든 것을 썰려고 했으면 아마 3일은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채칼을 이용하니까 일도 아니다.


*** 말려진 최종 결과물은 커버 이미지에 있습니다***

살짝 데쳐서 색이 선명해진 당근과 감자
깍둑 썰어진 양퍄와 채칼



다음번에는 말린 야채를 이용해 만든 카레라이스대한 시식 소감을 전할 예정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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