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젊은 느티나무 Sep 15. 2023

우리 집 화단에서 키운 이것이 보약?

꽃도 예쁜데 뿌리에 약효까지(알레르기 증상 개선)

우리 집 앞 뜰 화단에 여러 가지 꽃을 심어 보았지만 가장 오래 건강하게 살아남은 것은 피오니(모란 or 작약)와 호스타뿐이다. 추운 미시간 겨울을 날 수 있는 것은 뿌리가 단단하기 때문이란 사실을  propagate (나누어 심기)를 하기 위해 뿌리를 캐내어 보고 알았다.  피오니가 겨울의 추위에 노출이 되어야 다음 해에 꽃이 풍성하게 맺는다고 한다. 서리나 겨울 눈보라를 아주 좋아하는 식물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피오니는 뿌리를 먹는다고 알고 있었지만 '뿌리를 먹게 되면 꽃은 어떻게 하고?'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사실이었다. 캐어 보니 튜브처럼 생긴 (인삼 뿌리처럼 생긴) 굵직한 뿌리가 매달려 있었고 약초의 향긋한 냄새가 난다. 끈적이는 액체가 묻어 나오는 것을 보고 '이것은 약이다'라는 생각이 의심 없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끈적이는 모든 것(청국장, 된장, 미역, 다시마, 가지, 파인애플 등)이 건강에 좋은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화려하게 피었을 때 피오니를 사진에 담아봄
분파되어 여러 군데로 나뉘어 심은 피오니

분파(뿌리 나누어 심기) 하는 방법:

1. 꽃의 잎사귀 부분을 밑동만 남겨 놓고 자른다. (2주만 피다 지는 꽃봉오리는 이미 져서 없고 여름 내 잎사귀만 남아 있음) ; 주로 가을에 하면 좋다고 합니다.

2. 삽이나 곡괭이로 주변을 넉넉히 틈을 주고 동그랗게 파 들어간다.

3. 뿌리를 파내어 흙을 털어내고 호스로 물을 뿌려 눈(다음 해에 필 봉오리)을 확인한다.

4. 뿌리에 난 눈을 보고 3~6개의 눈이 포함되도록 구획한 다음 날카로운 칼로 자른다.

5. 두꺼운 튜브는 잘라내고 크라운(왕관: 눈이 달린 몸통을 왕관에 비유)에 달린 잔뿌리를 조심스레 다루어 화단에 다시 심는다. (단 흙이 새 눈의 4cm를 덮어서는 안 된다. 겨울에 추위를 느껴야 내년 봄에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이미 커져 벼려서 자기 할 일을 다한 굵은 뿌리(튜브)는 잘라내고 잔뿌리가 성장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사실을 유카라는 실내 식물 화분 갈이 하면서 알게 되었다. 굵은 유카의 몸통이 작은 잔뿌리로 버티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 물론 앞으로 이 잔뿌리들이 자라 굵어지겠지만)


프로파게이트의 사전적 의미:
캠브리지 사전에서는 부모 식물에서 새로운 식물을 생산하거나 식물이나 동물이 번식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또한 사람들 사이에 아이디어, 의견 또는 관습을 퍼뜨리거나 다른 곳으로 퍼뜨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번식하다"라는 단어는 원예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심거나 접목하기 위해 잘라낸 작은 새싹이나 나뭇가지를 (식물에) 붙이다"라는 뜻의 라틴어 "프로파가 레"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단어의 의미는 농장과 들판의 영역에서 아이디어와 신념의 확산과 같이 덜 물질적인 종류의 번식까지 빠르게 확장되었습니다.
출처: 빙과의 대화


어떻게 과감해질 수 있었나?

작년 앞뜰에 미니 야채 정원을 만들어 토마토, 주키니, 고추, 상추, 무 등을 심었다. 처음 해보는 농사일로 욕심이 커서 좁은 땅에 많이도 심었다. 씨앗 모종을 시도하였고 대체적으로 잘 자라서 모종을 있는 대로 심었다. 토마토를 너무 많이 심은 데다 가지치기할 줄을 몰라서 서로 얼키설키 경쟁하느라 한국을 방문하고 나서 9월 말쯤 돌아왔는데도 파란 토마토가 익을 줄을 몰랐다.


가지치기를 통해 한그루가 건강히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알고, 피오니를 분파할 생각을 갖게 되었다. 더 많이 풍성하게 가꾸기 위해서는, 분파하여 뿌리가 싸우지 않고 영양분을 흡수하게 하는 것이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작년, 낙엽이 졌는데 아직도 파란 토마토(죄) | 상추나 가녀린 잎을 뜯어 먹는 토끼 (우)작

피오니 뿌리로 만든 차, 알고 보니 쌍화차


만들기:

1. 피오니 뿌리를 깨끗이 물로 씻는다

2. 칼로 얇게 썬다

3. 건조기에 약한 온도(허브용)로 말린다

4. 몸을 차게하는 성질이 있다 해서 지난해 이미 만들어 놓은 말린 생강과 차가버섯(구입) 그리고 색을 내기 위해 히비스커스를 함께 담아 80도 정도 되는 물로 우려낸다.(약 세 번 정도 우려냄); 단맛을 내려면  꿀이나 대추를 추가한다.

향긋한 약초의 어디선가 맛보았던 맛이 난다. 찾아보았더니 쌍화차에 이 피오니 뿌리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버섯의 향과 톡 쏘는 생강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합이 된다.

피오니 너는 꽃부터 잎사귀 그리고 뿌리까지 정말 쓸모없는 것이 없구나!

피오니 튜브 (좌| 잘게 썰은 튜브(우)
야채 건조기에 말림
피오니 뿌리/ 생강과 차가 버섯 말린것 / 히비스커스(좌) | 각각 컵에 넣어 (가운데) | 통합한 차(우)

후기: 계절적으로 알레르기가 심해지는 환절기에, 올해는 유독 아침에 재채기 콧물 증상이 심해서 한번 속는 셈 치고 만들어 보았다. 인삼 같은 향기를 내는 뿌리가 예사롭지 않았지만 기대하지 않았는데 차를 마신뒤 아침에 일어나지 증상이 뚝 끊어졌다. 이렇게 신기할 수가...

그래서 며칠 끊었더니 증상이 시작되길래 다시 마셨더니 증상이 가라앉는다.

결국, 알레르기 원인을 치료하지 않지만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는 얘기다.


피오니 분파는 그러니까 알이 굵어지려면  7~8년 정도 걸린다고 하니까 그때까지 마시려면 조금씩 아껴 마셔야겠다.

이전 15화 우리 집 모란이 피기까지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