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공항에서 피렌체 광장까지
여행 시 보통 델타 항공을 이용하는데 항공권을 예약하고 나서 날짜를 델타 앱을 통해 캘린더에 저장을 한다. 그래야 정확한 시간과 날짜에 오차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밀라노로 가는 직항이 없고 뉴욕 JFK공항에서 갈아타야 해서 한국에 갈 때와 사뭇 달랐다. 캘린더에 찍힌 시간을 보니 어쩐지 이상하다. 분명히 6:45분 밀라노 도착인데 12:45분 도착으로 나온다.
여기서 혼돈이 시작되었다. 구글 캘린더를 믿지 말고 델타 앱만 확인하기로 했다. 어차피 출국 시간과 입국 시간만 정확하면 되니까...
아무리 자유로운 여행이라 하더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이벤트가 있다면 예약을 해놓아야 할 것 같아서, 떠나기 며칠 전에 <최후의 만찬> 투어를 화요일 아침 10:00으로 예약했다. 밀라노에 아침 6:45분 도착, 공항에서 호텔까지 45분 거리라서 시간에 넉넉히 댈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공항에 내려서 호텔로 가려는 순간 남편이 "벌써 지났는데, 오늘이 수요일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날짜를 확인해 보니 아뿔싸~ 시차 6시간 계산을 안 하고 미시간 타임으로 되어있는 구글 캘린더가 잘못되었다고 무시한 결과임을 알게 되었다.
부랴부랴 여행사에 전화를 걸었다. 이른 아침 시간임에도 젊은 여자가 전화를 받는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너무 순진하게 솔직히 시차 계산을 잘못했노라고...) 출근 시간 9시에 다시 전화하라고 한다.
9시에 전화를 하니 어떤 남자가 받더니 예약 대행하는 회사에 직접 전화해 허락을 맡아야 한다고 한다.
가까스로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했더니 여행사와 전화해 가부를 며칠 내에 메일로 알려주겠다고 한다.
나쁜 평점 안 받으려고 서로 핑퐁게임을 하면서 뭔가 해결해 줄 것처럼 했지만 결국 다음날 변경 불가의 메일을 받았다.
어차피 다음 주 돌아오는 화요일에 <최후의 만찬> 투어 허가를 못 받은 것이 더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코모 호수를 둘러본 것이 훨씬 더 즐거운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회비용을 날렸지만 값진 교훈을 얻었다.
절대 무리한 단체 여행을 계획하지 말 것, 관람 티켓을 구매하려면 여행사를 통하지 말고 직접 사이트에서 구매했으면 날짜를 변경받거나 바우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밀라노 호텔에서 하루를 숙박하고 여행 가방을 맡기기로 한 애초의 계획이 시작부터 어긋났다. 짐을 가볍게 가져왔어도 여행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고 기차를 타야 했다.
이제는 피렌체행 기차를 타야 해서 티켓 오피스로 가서 플로렌스(피렌체)행 기차표를 구매했다.
다행히 영어로 대화를 해서 표를 구매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친구가 권해준 이탈리아 기차 앱 "트레니탈리아"를 갑작스레 이용하기가 무리라서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기차를 타려니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구글 맵 도움을 받았다.
적어도 반대 방향으로 가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플랫폼 넘버가 Bin 넘버로 표시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기차가 들어오는 빈 넘버를 기다리느라 전광판 앞에 죽 서있다. 미리 전광판에 표시되지 않고 기차가 들어오기 1~3분 전에 표시가 되기 때문에 표시가 되자마자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완행 열차를 타고 느릿하게 가고 있는데 정거장이 어디인지 안내 방송도 없고 전광판에 표시도 없다. 아마 무척 오래전에 만들어진 기차인 것 같다. 9 정거장인가 간다음 내려서 갈아타야 하는데 기차를 타본 적이 없는 남자는 맞은 편의 정거장을 보고 우리가 지나쳤다며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길래 아니라고 하다가 혹시 해서 내렸다. 한 정거장 미리 내리는 바람에 지하철을 타고 다시 오던 길을 가야 했는데 러시아워라서 출퇴근하는 사람들로 꽉 차있다. 간신히 비집고 들어가 목적지에 내렸는데 3분 차이로 피렌체행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기차 매표소에 가서 기차를 놓쳤다고 했더니 다음 행 기차로 표를 바꾸어 주었다. 이렇게 사람을 통하면 일이 쉬워지는데 만약 앱을 통해서 구매했다면 아마 돌려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드디어 피렌체행 급행열차를 타고 느긋하게 창밖을 바라보니 왠지 익숙한 풍경처럼 느껴진다. 한국에서 기차나 지하철 이용은 흔한 것이기에 익숙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뭔가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도 비교적 친절하고 의사소통이 어렵지도 않다.
단지 지하철과 기차 시스템이 한쪽은 디지털화 현대화 되어 있고 다른 쪽은 옛날 구식이 여전히 운행되는듯한 느낌.
피렌체 역에 내려서 이제 호텔까지 가야 한다. 여기까지 왔으므로 이제 좀 자신감이 생겨 구굴 맵을 보니 트램을 타고 내려서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티켓은 트램 정류장 자동판매기로 사면되고 버스까지 통합 운영되므로 편하다.
드디어 호텔에 도착하고 짐을 풀고 창문을 여니 피렌체의 전경이 발아래로 내려다 보이고 저 멀리에 두오모의 아치형 돔이 솟아오른 것이 보인다.
기가 막히게 좋은 뷰를 볼 수 있어 이 호텔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이제 광장으로 나간다. 택시를 타고 25분여 거쳐 광장에 도착했다.